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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a]예술가는 로맨틱하고 화려한 삶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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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포레스타 '언프레임드 아티스트', 스냅 사진 통해 예술가의 삶 재발견

[Economia]예술가는 로맨틱하고 화려한 삶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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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수집가인 체스터 데일은 1940년대 초 멕시코에서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를 만났다. 이혼했던 그들이 재결합한 뒤다. 멕시코시티 코요아칸구에 있는 칼로 가족의 블루하우스에서 다시 살림을 합쳤다. 데일은 그곳에서 두 사람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에서 침실에 누워 있는 칼로는 몸을 반쯤 일으켜 의자에 앉은 리베라에게 기대고 있다. 리베라는 쑥스럽게 웃고 있다. 다소 힘겨워 보이는 아내와 대조된다. 원만하지 못했던 부부의 삶과 내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큐레이터 메리 포레스타가 쓴 ‘언프레임드 아티스트’에서 사진은 예술가의 삶을 재발견하는 자양분이다. 작업실과 갤러리에서 일하거나 책상에서 벗어나 휴가를 즐기는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명백하거나 진지한 초상과 거리를 두고 ‘예술가는 로맨틱하고 화려한 삶을 산다’라는 통념을 깨뜨린다. 오히려 세상의 관습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열망에 초점을 맞춘다. 포레스타는 “오랫동안 사진 예술가들은 스냅 사진을 무시해왔지만, 이제 스냅 사진은 심미적 매력과 문화적 향수 그리고 비평적 담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데일이 찍은 사진에는 칼로의 불운한 삶이 드리워 있다. 그녀는 여섯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오른 다리에 장애가 생겼다. 의사가 되기 위해 국립예비학교를 다녔는데, 러시아 혁명가에 심취해 평생 공산주의 옹호론자가 됐다. 칼로는 그 무렵 학교 벽면에 프레스코 벽화를 그리던 리베라를 만났다. 그의 작품은 물론 유럽에서 돌아와 멕시코 문화운동을 주도하는 모습에 반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칼로는 열여덟 살에 교통사고를 당해 척추와 오른 다리, 복부 등을 크게 다쳤다. 수술만 서른 차례 받았다. 그 고통은 그녀의 삶뿐만 아니라 예술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본격적으로 붓을 들면서 자연스레 작품 세계의 주요 주제로 자리를 잡았다. 침대에서 작업하던 칼로는 스물한 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혼한 리베라에게 전적으로 기대었다. 의존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작품을 그릴 시간은 줄어들었다. 남편의 여성편력까지 더해져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리베라에 대한 실망과 배신, 분노는 그녀의 작품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몇 개의 작은 상처들’이 대표적이다. 남편이 자신의 여동생과 불륜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생긴 상실감을 표현한다. 나체로 온몸이 칼에 찔려 피 묻은 침대에 누워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 등장한다. 옆에 선 중절모를 쓴 남자의 얼굴은 리베라를 닮았다. 부끄럽거나 미안한 기색 없이 담담하게 여자를 바라본다. 칼로는 그림을 장식한 액자에 피를 덧칠하고 지문까지 남겼다.

그녀는 겉으로 보이는 일상에 내면의 감정을 사실적으로 담았다. ‘짧은 머리의 자화상’에서 긴 갈색머리를 짧게 자르고, 멕시코 전통의상인 테우아나 대신 리베라의 것으로 보이는 커다란 남자 양복을 입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완성한 ‘두 명의 프리다’에서는 믿고 의지할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라는 듯 심장 혈관이 연결된 두 사람이 손을 꼭 쥐고 앉아 있다.


칼로는 여사제처럼 전통의상과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남성에 의해 여성이 억압되는 정통적인 관습을 거부했다. 그래서 페미니스트들에게 20세기 여성의 우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그녀는 이혼한 지 1년 만에 재결합했다. 그 사연은 대표작인 ‘우주와 대지와 나와 디에고와 세뇨르 홀로틀의 사랑의 포옹’에 그대로 나타난다. 칼로는 벌거벗은 리베라를 안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리베라의 이마에는 시바신처럼 커다란 눈이 하나 더 있다. 시바신의 세 번째 눈은 지혜와 파괴를 동시에 가리킨다. 영감을 주고받은 부부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지만, 그 깊은 사랑이 상처와 파탄도 유발한다고 말하고 싶었을 거다.


(메리 포레스타 지음/지에이북스 옮김/지에이북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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