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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범죄 7년새 2배 급증…"핵가족화가 범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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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형·전처·전남편…늘어나는 가족범죄
7년간 21만1851건 달해

4건 중 3건 '현장 종결'
가정무제에 경찰 개입 부담

가족 범죄 7년새 2배 급증…"핵가족화가 범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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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정동훈 기자] 최근 들어 가족 간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천 커피숍 친형 살인사건과 강서구 주차장 전처 살인에 이어 제주도 전남편 사건까지 충격적이며 엽기적인 사건의 연속이다. 전문가들은 핵가족화에 따른 가족 공동체 해체가 가족범죄 급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7년 새 두배 급증 '가족 범죄'=가족범죄의 증가 추세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11일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1~2017년 7년 간 친족을 대상으로 벌어진 범죄는 21만1851건으로 하루 평균 82건에 달했다. 동거 친족은 물론 기타 친족 간 벌어진 범죄 건수를 합한 것이다. 이 수치는 2014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4년 2만4322건에서 2015년에는 3만8839건으로 1.5배 이상 늘었고, 2016년(4만3916건)과 2017년(4만460건)에는 4만건을 넘겼다. 가족범죄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유형은 폭력이었다. 7년 간 16만7340건이 발생해 전체의 78.9%를 차지했다. 지능범죄(9825건), 강력범죄(7697건)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가족 공동체의 결속력이 느슨해지는 데서 원인을 찾는다. 대가족 중심사회에서는 조부모나 주변 친척들이 가정문제에 개입하고 질책하는 방식으로 공생했지만 핵가족 사회에서는 공동체 의식이 약해지면서 이런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가족범죄 중에서는 강력범죄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같은 통계에서 2017년 한 해 동안, 강제추행 238건(27.7%)을 비롯해 ▲강간 223건(25.9%) ▲방화 169건(19.6%) ▲살인 102건(11.8%) ▲살인미수 등 78건(9%) 등 강력범죄는 총 859건으로 집계됐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유산이나 사업 등 경제적 문제가 감정 싸움으로 이어지고 심할 경우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가족 내 문제를 숨기고 덮기보다는, 이를 드러내고 공공기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력사건으로 커지는 가정폭력 대책은 없나=가정폭력은 그 특성상 우발적 사건보다는 누적된 갈등의 표출인 경우가 많다. 사전에 위험을 감지하고 제3자의 적절한 개입이 이루어진다면 예방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2에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 17만7500여건 중 75%에 달하는 13만 2500여건이 '현장종결'로 처리됐다. 경찰관이 출동했지만 현장에서 사건을 종료한 것이다. 주로 폭력 정도가 미미하거나 실체적 위협이 목격되지 않는 사안인 경우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안 이상으로 경찰이 개입하기 어렵고, 가정문제에 수사당국이 깊숙이 개입하는 데 부담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관행은 가정폭력을 강력사건으로 키우는 단초가 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현장종결의 가장 큰 문제는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록이 없으면 상습적인 가정폭력범이라도 '초범'으로 처리된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과거 신고'를 인지하지 않는 이상, 반복적 신고에 따른 위험도 판단에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0월 발생한 강서구 주차장 전처 살인사건이다. 피해자 A씨는 가해자 김모씨로부터 20년 넘게 가정폭력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혼 후에도 김씨의 괴롭힘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2015년 경찰이 한 차례 출동한 적도 있다. 그러나 과거 신고이력이 없고 사안의 심각성을 현장에서 확인하지 못해 단순 가정폭력으로 처리됐다. A씨는 결국 지속적인 스토킹 등에 시달리다 잔혹하게 살해됐다.


가정폭력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경찰도 수사의 맹점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경찰청은 가정폭력 발생 시 초동조치와 가해자ㆍ피해자 사후관리 등을 다루는 '가정폭력 단계별 표준 대응모델'을 마련하고 이달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할 경우, 가ㆍ피해자를 분리한 뒤 피해자 안전을 확보하고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문항 조사에 따라 고위험자로 분류되면 즉각적인 보호시설 연계 등 임시조치를 실시한다.


아울러 수사 시에는 위험성 조사표와 주변인 진술 등을 다각도로 조사해, 상습성이 규명되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응모델을 토대로 관련부처 간 역할을 명확히 하고 피해자 보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법ㆍ제도 개선 및 인프라 구축 등 협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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