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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기자 생애 첫 중고거래 해보니…"냉장고 맥주 4캔에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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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 속 새로운 소비 방식…진화하는 중고거래 앱
봉투에 제품 넣어 온 작은 배려에 감동

우리 동네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앱) '당근마켓'을 이용해 지난 8일 마스카라 제품을 구매해봤다. 사진=차민영 기자

우리 동네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앱) '당근마켓'을 이용해 지난 8일 마스카라 제품을 구매해봤다. 사진=차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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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평소 의심이 많은 성격 탓에 중고거래는 애당초 관심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판교 직장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전국 단위 규모로 성장한 우리 동네 전용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앱) '당근마켓'은 색다르게 느껴졌다. 직거래가 가능한 데다 빠르게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쇼핑 앱이라는 점에서 눈길이 갔다.


지난 6일 오후 7시 퇴근길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당근마켓 앱을 다운로드 받았다. 앱은 이미 쇼핑 카테고리 내 인기 앱 1위로 자리매김한 상태였다. 100만건 이상 다운로드됐으며 앱 리뷰수도 2만2000건에 달했다. 가입을 하니 핸드폰 위치 인식 기능에 기반해 동네가 자동으로 표시됐다. 위치 반경 6km 내 주민들이 올린 물건이 앱 상에 표시됐고 이를 분류별로 볼 수 있었다. 평소 관심 분야인 화장품, 반려동물용품, 스포츠 등으로 한정해보기도 했다.

판매자의 동의를 얻어 앱 화면을 캡쳐한 사진.

판매자의 동의를 얻어 앱 화면을 캡쳐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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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는 제품 사진과 함께, 희망 가격, 간단한 설명을 함께 적어두는 방식이었다. 판매자 평가를 나타내는 '매너온도' 장치도 눈에 띄었다. 매너온도는 37.5도에서 시작해 평가가 좋을수록 높아진다. 가격제안 기능도 있어 구매 희망자가 흥정에 나설 수도 있다. 반대로 '가격제안 불가' 기능도 있어 판매자로서 불필요한 수고를 덜 수 있다. 동네 주민 전용 앱답게 '냉장고 속 맥주 4캔으로 거래대금을 대신 받겠다'는 재치있는 글들은 이용에 재미를 더했다.


검색 기능을 이용해 때마침 필요했던 마스카라 브랜드를 찾았다. 제시된 가격은 1만7000원. 정가에 비하면 싼 가격이었지만 가격제안 기능을 활용해보고자 1만5000원까지 흥정해봤다. 결과는 성공적. 앱 내 채팅 기능을 이용해 직거래를 문의했고 인근 역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


판매자의 동의를 얻어 앱 화면을 캡쳐한 사진.

판매자의 동의를 얻어 앱 화면을 캡쳐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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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당일인 8일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조금 빠른 오후 7시 10분께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두리번거리며 역내 편의점을 찾아 5만원을 내고 잔돈을 받아 현금 1만5000원을 챙겼다. 판매자는 약속시간인 7시 반 정각에 맞춰 도착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제품을 현금 인출용 봉투에 넣어온 점이었다. 새 제품이었기에 제품 박스도 있었지만 작은 배려가 눈에 띄었다. 이렇게 기자의 생애 첫 중고거래는 1분만에 끝났다.

판매자는 32세 김지후(가명)씨. 2016년 3월부터 당근마켓을 이용한 오래된 고객이었다. 구매 경험은 없었고 판매 경험만 있었다. 그는 "'중고나라' 카페는 광고나 업체가 너무 많아 '우리 동네 중고거래'라는 문구를 보고 당근마켓을 선택하게 됐다"며 "돈을 넣은 봉투에 '감사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작고 귀여운 캐릭터 그림을 그려주신 분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진상 고객을 만난 경험은 아직까지 없다고 했다.


앱 캡쳐 화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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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직접 이용해보니 중고거래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시도가 좋게 느껴졌다. 중고거래 시장에서 흔히 보이는 진상 고객들을 줄이기 위해 매너온도 기능을 도입했다는 점. 당초 취지대로 6km로 한정해 이웃으로 대상을 한정해 신뢰를 높였다는 점 등이다. 매달 11일 무료 나눔을 권장하는 '나눔데이'도 인상적이었다. 경기불황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에게 하나의 쇼핑 대안이 될 수도 있을 듯했다.


다만, 김씨의 경우처럼 일부 운이 좋은 케이스를 제외할 때 블랙컨슈머 문제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실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블로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판매자들 중 진상 고객을 만난 후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대형 주부 온라인 카페에는 지난 1월 '신발을 판매했는데 진상 고객을 만났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당근마켓의 진상 유형들'을 언급한 블로그 글도 있었다. 개발자는 물론 사용자들의 인식 제고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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