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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 국회 선진화법 '원조식당' 그곳엔 朴의 손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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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법 공약했다가 19대 총선 승리 후 마음 흔들린 새누리당…박근혜 "총선 전 여야가 합의, 국민과의 약속"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정치, 그날엔…] 국회 선진화법 '원조식당' 그곳엔 朴의 손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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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선진화법. 이름만 들어보면 선진화법이 무엇을 얘기하는지 선뜻 와 닿지 않는다. 쉽게 설명하면 ‘몸싸움 방지법’이다. 무협지를 좋아하는 이들만 알 법만 각종 ‘전투비법’이 등장했던 공간. 대한민국 국회의 과거 모습이었다.

걸핏하면 회의장을 점거하고 의장석 사수를 위해 공성전을 이어가는 모습. 외국 언론에 나올까 마음을 졸여야 할 정도로 부끄러운 시간들이었다. 18대 국회 시절 국회 선진화법이라는 이름의 해법이 논의됐다.


여야 충돌의 불씨가 됐던 무분별한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제한하고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해 국회 법안 처리의 길을 터주는 안전장치들이 마련됐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서는 단순 과반이 아니라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여야가 국회 선진화법에 관해 주판알을 튕기게 된 이유는 의석수 변화에 따라 유불 리가 달라지게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라면 선진화법이라는 절차는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장치로 인식될 수 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 및 당직자들이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 및 당직자들이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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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제2당과 제3당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라면 선진화법이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막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2012년 제19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국회 선진화법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흐름이 있었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국회 선진화법을 19대 총선 공약으로 설정했다.


문제는 2012년 4월11일 19대 총선 결과가 예상과 달랐다는 점이다. 고전할 것으로 예측됐던 새누리당이 의외로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승리를 거둔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152석을 확보했다.


새누리당은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한 이후 마음이 흔들렸다. 과반 의석의 원내 제1당 지위를 얻은 상황에서 선진화법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외투’를 입고 있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화장실 들어올 때와 나올 때가 다른 상황이다. 이런 기류는 법안 처리 과정에서 실제로 반영됐다. 2012년 4월24일 여야는 본회의를 열고 선진화법을 처리하고자 했지만 본회의 자체가 무산됐다.


당시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총선에서 승리하더니 말을 바꿨다는 비판이다. 새누리당이 끝까지 버티기에 나섰다면 선진화법은 용도 폐기의 운명을 맞을 수도 있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국회 의안과 점거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직원들이 의안과로 향하는 통로를 막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국회 의안과 점거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직원들이 의안과로 향하는 통로를 막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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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법 원조식당’의 음식 맛을 살리고자 구원 투수가 등장했다.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19대 총선 승리를 견인한 인물,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박근혜 위원장의 2012년 4월 25일 한 마디는 눈치만 보고 있던 새누리당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박근혜 위원장은 이날 충북도당에서 열린 총선공약본부 출범식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18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다시 한번 국회 본회의를 소집해 국회 선진화법안을 꼭 처리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위원장은 2012년 대선에 출마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새누리당이 말 바꾸기를 하고 자신이 이를 사실상 묵인할 경우 민심의 외면을 받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박근혜 위원장은 국민과의 약속을 강조했다. 그는 “총선 전 여야가 합의한 것이고 국민에게 약속을 드린 것이기 때문에 처리가 이번에 꼭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당을 대표하는 비상대책위원장이자 유력한 대선 후보의 한마디는 선진화법의 불씨를 살리기 충분했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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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위원장 발언이 나온 일주일 후인 2012년 5월2일 국회 본회의에서 선진화법이 가결됐다. 전체 투표 의원 192명 중 찬성 127명, 반대 48명, 기권17명으로 결론이 났다. 새누리당이 당론 반대를 선택했다면 나올 수 없는 그림이다.


현재의 선진화법을 국회에 정착시킨 인물을 꼽을 때 ‘정치인 박근혜’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그는 2012년 대선 승리로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선진화법 원조식당의 맛을 살린 인물, 그는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자신의 소신을 유지했을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2016년 1월13일 신년 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선진화법은 폭력으로 얼룩진 국회, 국민이 제발 싸우지 말라고 (정치권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던 상황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원활하게 국회를 운영하기 위한 취지로 제정됐다. 그런데 이런 좋은 취지를 살려도 모자랄 판에 정쟁을 가중시키고 국회 입법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 그 때는 동물국회였는데 지금은 식물국회가 됐다고 한다. (문제는) 대한민국 국회 수준이 동물국회 아니면 식물국회가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수준밖에 안되냐는 것이다. 선진화법을 소화할 능력이 안 되는 결과라고 본다. 이런 법을 당리당략에 악용하는 정치권이 바뀌지 않는 한 어떤 법도 소용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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