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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한식날과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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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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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지난 4일 강원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자나깨나 불조심'이란 표어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줬다. 특히 전 근대시대부터 불조심을 위해 아예 며칠간 불을 피우지 않고 찬 음식을 먹던 '한식(寒食)날' 전후로 이런 대형산불이 일어났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영동지역을 중심으로 한식날 전후 산불은 점점 연례행사처럼 잦아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2015년과 2018년을 제외하면 한식날과 식목일 전후로 대형산불이 발생했고, 축구장 900개 면적에 달하는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지난 2005년 천년고찰인 낙산사를 잿더미로 만든 양양산불 역시 4월4일날 발생했다.

왜 한식 전후로 산불이 많이 발생할까? 전문가들은 이 시기 산불이 잦은 이유를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유로 발생하는 '양간지풍(襄杆之風)'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순간 최대풍속 35.6m에 이르는 이 바람은 태백산맥을 사이에 두고 영동과 영서지역의 기압 및 온도차에 의해 발생한다. 고온건조하고 풍속이 강력한 양간지풍을 타고 순식간에 화마가 번지는 것.


옛 사람들은 이런 양간지풍의 과학적 원인까지는 분석하지 못했어도 경험적으로 이 시기 산불이 잘 나는 것은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동지(冬至) 후 105일째 되는 한식날 전후로는 불을 피우지 말고 찬음식을 먹을 것을 권했다. 고려시대에는 국가적 행사로 개최하던 연등회(燃燈會)조차 한식날과 겹치자 화재 위험성을 고려해 뒤로 미뤘다는 기록이 있다. 세종대왕 시기에는 한식날 전후 사흘간 궁에서도 불을 피우지 못하게 감시했었다는 기록이 있다. 결코 단순한 절기명절이 아니었던 셈이다.


21세기 현대국가에서 사흘씩이나 불을 못피우게 할 수는 없다해도 반복되는 재앙을 막기 위한 화재 위험 단속과 점검은 필수다. 산불 원인의 30% 이상이 등산객, 상춘객들의 실화(失火)인 상황을 방치해선 안될 것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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