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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비닐봉지를 바느질해 만든 기괴한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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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 갤러리 이병찬 작가 '흰 코끼리' 전시

이병찬 작가의 '흰 코끼리'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들.

이병찬 작가의 '흰 코끼리'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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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이병찬 작가(32)는 자신의 작업 방식에 대해 "비닐봉지를 바느질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닐봉지에 라이터 불을 살짝 붙여 비닐봉지가 녹는 순간, 다른 비닐봉지를 접합해 기괴한 형상을 만들어낸다.

"동물, 식물, 곤충, 기생충 등 다앙한 이미지들을 조합해 키메라적인 형태로 만들려고 한다. 어떤 형태를 의도하지는 않는데 관람객들은 나름 무엇을 형상화한 것으로 생각을 하더라."


비닐봉지를 바느질해 만든 거대한 크기의 그의 작품 세 점이 현재 서울 용산구 P21 갤러리에 전시돼 있다. 두 점은 허공에 메달렸고 한 점에 바닥에 깔렸다. 기괴하다. 바닥에 깔린 작품을 봤을 때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가 떠올랐다.


비닐봉지를 소재로 활용한 이유에 대해 그는 자본에 대한 열등감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대학교 때 매일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사 먹었다. 그 때 편의점 점원이 비닐봉지에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담아줬는데 매일 하는 소비 행동의 기초 단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의 소비 문화를 상징하는 아주 기초적인 단계를 담아내는 것이 비닐봉지라고 생각한 것이다."


전시 제목은 '흰 코끼리'다. 코끼리는 불교 문화권에서 신성하게 여겨지는 동물이지만 경제 용어로 사용되는 '흰 코끼리(white elephant)' 쓸 데 없이 돈만 많이 드는 대상을 뜻한다.


이병찬 작가는 이 기괴한 작품들에 LED 조명을 비추고 팬을 이용해 호흡을 불어넣어 더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일정 간격으로 팬을 통해 공기를 주입해 작품들이 계속해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게 만든다. 바닥에 깔린 벌레의 몸통이 끊임없이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는 모습은 흡사 벽을 타고 기어오르기 위해 발악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기괴함을 넘어 오싹한 느낌도 든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접근했다. 살아있는 것처럼 표현하고 싶었다. 막상 공기를 주입하고 보니 돈과 같이 보이지 않는 대상이 허무하게 팽창하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 매력적이었다."


실질적인 무게감이 없으면서 무한히 팽창하기만 하는 거대한 비닐봉지 생명체는 현대 소비사회의 허무한 면을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작업 방식이 말도 안 되는 수작업의 반복이라고 했다. 자신의 작업 방식을 따라하려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지만 대단한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어서 결국 포기했다.


"나는 노동이 습관화돼 있어 견딘다. 아침에 일어나 잠잘 때까지 작업실에서 산다. 기본적으로 하루에 12시간 이상 작업한다. 15시~16시간 작업할 때도 많다. 작업도 매일 한다. 명절과 예비군 훈련이 있는 날을 빼고는 늘 작업을 한다. 힘들긴 한데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만족감이 모든 것을 견디게 해주는 것 같다."


독특한 그의 작품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 전시되기도 했다. 유럽의 갤러리들이 독특한 작품을 찾다가 먼저 연락을 해왔다고 했다.


작품의 독특함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지만 과연 그의 작품이 대중성을 확보해 소장하고 싶은 욕구까지 들게 만들 수 있을까.


"사실 생계 유지가 가장 큰 문제다. 아직 집도 없고 대출금도 갚아야 한다. 하지만 내가 미술을 한다고 해서 힘든 것이 아니라 내 또래는 일부를 제외하면 누구나 다 지금은 힘든 시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작가라서 특별한 것은 없다. 나도 그냥 보통의 노동자일 뿐이다."


그는 5월까지 부산현대미술관, 부처문화재단 등에서 전시를 이어간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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