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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본 북·미 회담…진짜 '뒤통수'를 맞은 건 누구?

최종수정 2019.03.03 22:57 기사입력 2019.03.03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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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자료 사진. 출처=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자료 사진. 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달 28일 결렬된 제2차 북ㆍ미 정상회담은 역사상 가장 이상한 정상회담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냉전 시절 핵 군축을 위해 만난 미국ㆍ소련 정상이 합의는 커녕 싸우고 헤어진 레이캬비크 회담과 비견될 정도다. 보통 실무선 합의를 다 해놓고 정상들은 환담을 나누다 합의서에 도장 찍고 기자회견하는 일반적인 경우와 정반대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황당하다. 뭐 이런 일이 다 있냐'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씁쓸히 평양으로 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모양새는 좋지 않았다. '애매한 합의' 보단 결렬을 택한 게 차라리 낫다는 비아냥 섞인 칭찬을 들었고, 전직 측근인 마이클 코언의 의회 청문회 폭로 때문에 잔뜩 긴장한 채 미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정상회담 직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괜찮았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제1차 회담의 원칙적 합의 이후 진전이 없던 상태에서 양측 다 협상 타결을 위한 동기는 있었다. 북한은 2016년 이후 초강력 제재 탓에 갈수록 힘들어져 갔고, 올해 신년사에서 경제 재건을 내건 김 위원장에겐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제재 완화를 끌어 내는 것이 필수였다.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말 재선 도전을 앞두고 정치적 위기에 내몰리고 있어 타개책이 필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상 최장기 연방 정부 셧다운(Shut Downㆍ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에 대한 책임론,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 관련 특검 조사 및 전 측근 마이클 코언의 폭로 등에 따른 도덕적, 정치적 타격이 심각한 상태다.


이에 따라 양국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3개월간 실무급 협상을 통해 이견을 조율하며 이번 정상회담을 준비해 왔다.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합의 조차 없었고, 세부 방법도 이야기가 된 바 없지만 협상은 꾸준히 진행됐다. 특히 미국이 지난달부터 단계적 접근법을 사실상 수용했다는 설이 제기되면서 분위기가 고조됐다. 미 정부가 영변핵시설 폐기 등을 전제로 금강산 관광ㆍ개성공단 운영 재개 등 대북 제재 일부를 완화할 수 있다는 방침으로 돌아섰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협상은 급물살을 탔고, 마침내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연초 개최→2월 개최→2월 말 베트남 개최 등의 순으로 회담 개최가 기정사실화됐다. 다소 이견이 있더라도 정상간 결단을 통해 해결돼 한반도 비핵화ㆍ평화 정착, 대북 교류ㆍ협력 강화 등의 결정적 계기가 되길 바라는 기대가 점점 높아졌다.


회담 첫 날인 지난달 27일까지만 해도 이같은 기대감에 양국 정상이 호응하는 듯 보였다. 두 사람의 관계는 어느 때보다도 좋아 보였고, 단독 회담ㆍ확대 회담ㆍ만찬 등의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이상한 기미는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서두르지 않겠다'라는 말이 계속 거론된 것이다. 협상안에 서명만 하면 될 상황에서 서두르지 않겠다니? 화면에 노출된 김 위원장의 표정이 굳어지는 게 눈에 확 띄었다.

대북 강경파로 이번 회담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진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하노이에 도착해 협상에 합류한 점도 눈에 거슬렸다. 그러나 이튿날 백악관 측이 출입기자단에 합의문 서명 일정이 포함된 스케쥴표를 배포하는 등 별다른 이상없이 진행되는 듯 했다. 서명식 일정이 배포됐다는 것은 정상간 서명을 한 합의서 작성까지 실무적인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고조되던 타결 기대감은 이튿날 열린 확대 정상회담이 지연되면서 거품이 꺼졌고, 업무 오찬까지 취소된 후 양국 정상은 '협상 결렬'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갖고 회담장을 떠났다. 서로 환하게 마주 보고 웃었지만 보는 이들 또한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눈에 띄는 일이 또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과 함께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시종일관 김 위원장을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오토 웜비어의 죽음에 대해 묻는 질문에 김 위원장을 대신해 "몰랐다고 하는 데 그 말을 믿는다"고 변명해줬다. 한 기자가 김 위원장을 향해 다소 큰 목소리로 질책하듯 질문하자 직접 나서서 "나한테 하듯 그러지 말라"고 반박하기까지 했다.


양 정상의 이같은 '우애'와 달리 협상 결렬 후 실무진들은 책임 공방을 벌였다. 미국 측은 "북한이 부분적 비핵화를 조건으로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고 비난했고, 북한 측은 "일부 제재 완화만 요구했을 뿐"이라고 맞섰다.


어느 쪽이 맞을까? 과연 누가 '뒤통수'를 때리고 누가 맞았을까? 이와 관련 AP통신이 1일(현지시간) "북한의 말이 맞다"는 주목할 만한 보도를 내놨다. 협상에 깊숙이 관여한 미 정부 대표단 고위 관리 2명의 증언이었다. 그들은 AP통신 기자에게 "북한이 요구한 제재 완화는 2016년 이후의 것이었다"며 "북한의 핵심 핵시설을 폐쇄하는 대가로 일부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용호 북 외무성이 협상 결렬 직후인 1일 새벽 심야 기자회견을 갖고 밝힌 북한 측의 협상안이 사실이라는 얘기였다. 그들은 "북한의 제재 완화 요구가 2016년 이후 유엔에 의해 부과된 것에 한정됐으며, 최근 10년 이전에 부과된 다른 제재들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북한 측이 민수용 생활필수품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도 밝혔다. AP통신은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요구를 과장하는 바람에 협상이 깨졌다"고 보도했다. 결렬 직후 북한 측 매체들은 미국측을 비난하거나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생산적인 대화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며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부담감 때문에 막판에 합의를 뒤엎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언의 의회 청문회 증언으로 다시 불거진 러시아 대선 개입 연루 및 각종 범죄적 행위 의혹 등에 따라 부담감을 느낀 나머지 일단 일부러 무리수를 던져 협상을 결렬시켜 정치적 논란의 소지를 없애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현지 방송에선 코언의 증언을 생중계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협상에 신경쓰기는커녕 밤새 청문회를 지켜 보며 분노에 떨고 있을 것"이라는 조롱섞인 멘트가 난무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측 정치인들이 협상 결렬에 "차라리 잘했다"는 초당적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정치와 외교도 비즈니스처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쪽이 욕을 덜 먹을 것인가', '정치적 행보에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선택 지점에 서서 철저히 본인 중심적인 선택을 하고 만 것이다.


미ㆍ소 냉전기 1986년 벌어진 레이캬비크 회담은 결국 양측간 이견을 확인해 절충하는 계기가 됐다. 다음해 사실상 냉전 시대의 종식을 초래한 중거리핵전력협정(INF)을 이끌어 낸 것이다. 과연 역사상 '가장 이상한 정상회담'으로 남게 될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은 앞으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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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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