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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a]흑자로 돌아선 日기업…수첩계획은 기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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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a]흑자로 돌아선 日기업…수첩계획은 기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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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은 2001년 위기를 맞는다. 모체인 주식회사 양품계획이 38억 엔의 적자를 냈다. 주가는 1년 만에 1만7350엔에서 2750엔으로 떨어졌다. 회사의 시가 총액 또한 4900억 엔에서 770억 엔으로 곤두박질쳤다. 주주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무인양품도 이제 끝이다'라는 비관론이 대두됐다. 해결사로 나선 마쓰이 다다미쓰 사장은 부진의 원인을 찾기 위해 전국의 매장부터 돌아다녔다. 점장들을 만나 윗선에서 접하기 힘든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어 물류 창고에 쌓여 있는 불량 재고를 전부 소각하고, 불량 재고의 발생을 방지하는 방법을 찾아내 실행에 옮겼다. 무리한 팽창으로 설립된 적자 매장의 문을 닫고, 디자이너 야마모토 요지와 같은 전문가들과 협업해 제품의 질을 높였다. 부단한 노력으로 무인양품은 이듬해 흑자로 전환했다. 그 뒤로도 성장을 계속해 2007년에 매상고 1620억 엔, 경상이익 186억 엔이라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작은 변화에서 발견된다. 마쓰이 사장은 진화를 거듭하는 매뉴얼 무지 그램을 만들었다. 본사의 업무를 표준화해 인재의 이동과 성장을 돕는 틀을 마련했다. 본부와 점포의 소통력을 높이기 위해 조례 메뉴 시스템을 만들어 정보의 공유와 지침 실행을 쉽게 했다. 또 'WH 운동'이라는 소집단을 꾸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혁신을 추진하도록 했다. 그 덕에 무인양품은 외적 팽창에 치중하는 조직이 아니라 내실 있는 조직, 철학을 관철하는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마쓰이 사장이 공사 안팎으로 중시한 '단단한 기본기'가 뒷받침돼 가능한 성과였다.

'기본으로 이기다, 무인양품'은 마쓰이 사장이 위기와 어려움을 극복한 과정을 실은 경영 전략서다. 핵심은 새롭고 혁신적인 경영 시스템의 도입이 아니다. 계획하고 실행하며 평가하고 개선하는, 모든 일의 기본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간단한 방법 같지만, 제대로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마쓰이 사장은 수첩의 힘을 빌렸다. 매일매일 할 일을 계획해 적고, 이를 하나씩 실행하며 경영 개혁과 풍토 개혁을 이뤘다.


수첩에서 별다른 기술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일정을 순서대로 적어 넣은 뒤 날마다 그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다만 매년 같은 종류의 수첩을 사용해 전년도와 올해와 내년도를 나란히 살피며 계획을 세운다. 가령 장마가 시작된 날과 끝난 날, 벚꽃의 개화 시기 등 계절에 관한 이슈를 수첩에 꼬박 적어둔다. 올해 장마가 지난해보다 일주일 빠르다면, 우산은 물론 방수 스프레이 같은 장마 대비 제품을 일주일 빨리 매장에 내놓는다. 반대로 일주일 늦다면 그에 맞춰 제품 진열을 늦춘다. 경영 자료에도 날씨 정보는 기록돼 있다. 하지만 자료를 하나하나 꺼내 확인하는 일은 번거롭다. 수첩에 기록해놓으면 바로 꺼내 페이지를 몇 장만 들춰봐도 날씨를 알 수 있다. 몇 초면 충분하다.


아무리 훌륭한 경영방침을 세워도, 그것을 경영자가 입이 닳도록 떠들어도 실행되는 경우는 대개 20~30% 정도다. 마쓰이 사장은 "100%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일 수첩을 이용해 계획과 실행, 평가, 개선을 돌리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어린아이처럼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꾸준히 해내는 조직이야말로 강하다"며 "하루하루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행동해야 한다"고 한다. 경영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마쓰이 사장은 매일 체중과 체지방률, 혈압, 맥박 등의 수치를 노트에 적는다. 스마트폰으로 정보가 들어오고 앱으로 모든 수치를 관리할 수 있게 됐지만 기록을 멈추지 않는다. 1년 전 같은 시기의 수치와 비교하면서 위험 신호가 발견되면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밤에 술 마시는 횟수를 줄이고 식사를 조절하며 건강한 삶을 유지한다. 그는 "수첩이라는 기지에서 꺼낸 뒤 '방침'이라는 형태로 뿌린 씨가 매년 싹을 틔우고 꽃을 치우고 열매를 맺는다"며 "다음 연도에는 거기서 얻는 경험을 양식으로 삼아 조금 더 커다란 씨를 뿌릴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개혁이란 갑자기 모든 것을 바꾸는 마법이 아니라 작은 변화를 쌓아 나감으로써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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