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대 600. 여기에 억달러라는 단위를 덧붙이면 현재 미국과 중국이 서로 상대방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려는 수입 금액이 된다. 아는 바와 같이 이 관세 부과는 오는 3월 초까지는 잠정적으로 중지됐다. 막후 협상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처럼 보이는 이런 분쟁은 왜 발생했을까?
미국은 왜 지금에야 이것을 문제 삼을까? 무역적자에 관한 미국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을 수도 있고,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IT 관련 경쟁력만큼은 유지하고 싶은 미국의 욕망일 수 있다. 문제를 이렇게 보면 해법은 어렵지 않다. 대미 무역흑자를 대폭 줄이거나 지식재산권(IP)의 실질적인 보호가 이뤄지면 된다. 최근 중국은 실제로 2024년까지 대미 무역흑자를 제로로 하겠다고 미국에 제안한 바 있다. 겁쟁이 게임이 예측한 대로 한쪽이 핸들을 꺾을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그러니 미국도 '적당한 형태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면 된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의 끝, 즉 거대한 전쟁의 한 작은 전투가 끝난 것에 불과하다. 중국의 무역흑자 축소와 IP 보호 '약속'이 지켜지지 않거나, 그 약속을 점검하는 절차와 과정이 순조롭지 않으면 갈등은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이 쉽사리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워싱턴DC에서는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승인을 실수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WTO 가입 뒤 의무의 이행은 등한시한 채 자신의 권리만을 챙겨 중국이 지금까지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의 배경에는 환율 조작, 전방위적인 보조금 지급 그리고 국가 주도 자본주의에 대한 깊은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다. 예컨대 '중국 제조 2025'는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불공정 경쟁을 유발하는, 대규모의 보조금 지급에 의한, 국가 주도의 산업 발전 전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서두에 인용한 겁쟁이 게임의 균형은 두 국가가 충돌할 경우 서로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공유함으로써 성립한다. 그 위기의식이 공유되지 않으면 그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전투는 소강 국면에 접어들 수 있지만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기홍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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