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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미중 무역전쟁,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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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 게임. 마주 보고 달리는 두 자동차는 어느 쪽이 먼저 핸들을 꺾지 않으면 충돌하고 만다. 게임 이론은 최소한 어느 한쪽이 핸들을 먼저 꺾는다고 말한다. 이게 균형이다.

2000대 600. 여기에 억달러라는 단위를 덧붙이면 현재 미국과 중국이 서로 상대방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려는 수입 금액이 된다. 아는 바와 같이 이 관세 부과는 오는 3월 초까지는 잠정적으로 중지됐다. 막후 협상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처럼 보이는 이런 분쟁은 왜 발생했을까?
문제는 단순하다. 중국은 2001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에 대해 누적 4조100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3조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거의 대미 무역흑자에 근거한 것이다. 복잡한 경제 이론을 제외하더라도 미국으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이뿐 아니다. 중국의 제조업, 특히 첨단 기술의 발전은 기술을 훔쳐 이룩한 것이라고 미국은 주장한다. 기술자를 빼내거나 중국에 투자한 기업에 강제적으로 기술이전을 요청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모방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왜 지금에야 이것을 문제 삼을까? 무역적자에 관한 미국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을 수도 있고,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IT 관련 경쟁력만큼은 유지하고 싶은 미국의 욕망일 수 있다. 문제를 이렇게 보면 해법은 어렵지 않다. 대미 무역흑자를 대폭 줄이거나 지식재산권(IP)의 실질적인 보호가 이뤄지면 된다. 최근 중국은 실제로 2024년까지 대미 무역흑자를 제로로 하겠다고 미국에 제안한 바 있다. 겁쟁이 게임이 예측한 대로 한쪽이 핸들을 꺾을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그러니 미국도 '적당한 형태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면 된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의 끝, 즉 거대한 전쟁의 한 작은 전투가 끝난 것에 불과하다. 중국의 무역흑자 축소와 IP 보호 '약속'이 지켜지지 않거나, 그 약속을 점검하는 절차와 과정이 순조롭지 않으면 갈등은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이 쉽사리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워싱턴DC에서는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승인을 실수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WTO 가입 뒤 의무의 이행은 등한시한 채 자신의 권리만을 챙겨 중국이 지금까지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의 배경에는 환율 조작, 전방위적인 보조금 지급 그리고 국가 주도 자본주의에 대한 깊은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다. 예컨대 '중국 제조 2025'는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불공정 경쟁을 유발하는, 대규모의 보조금 지급에 의한, 국가 주도의 산업 발전 전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어쨌든 미국과 중국, 두 나라 모두 현재의 국내 사정을 고려할 때 지금의 무역 분쟁은 '적당한 선에서' 조만간 봉합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중국이 자신의 경제 발전 전략을 바꾸지 않는 한,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양국 간의 분쟁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그래서 다 안다. 현재 미ㆍ중 무역 전쟁은 미소(美蘇) 냉전이 끝난 뒤에 시작된 자본주의 세계의 헤게모니 다툼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그러니 누구도 말릴 수 없다.

서두에 인용한 겁쟁이 게임의 균형은 두 국가가 충돌할 경우 서로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공유함으로써 성립한다. 그 위기의식이 공유되지 않으면 그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전투는 소강 국면에 접어들 수 있지만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기홍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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