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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용 전시회인가요?” 셀카에 뒷전된 관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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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한 인상파 화가의 전시회에 참여한 이들의 사진.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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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지난 주말 서울 성동구 ‘르누아르:여인의 향기’ 전시회장을 찾은 임세희(28)씨는 모처럼만에 찾은 전시회장에서 기분을 망쳤다. ‘찰칵’하는 스마트폰 카메라 촬영음과 플래시 탓에 관람에 집중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길목마다 인증샷을 찍는 이들을 기다리거나 고개를 숙인 채 전시회장을 빠져나가야 했던 탓에 작품 감상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임씨는 “나도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만 이건 주객이 뒤바뀐 것 같다”며 “주최 측에서 플래시만 터뜨리지 않으면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했지만 관람에 방해가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임씨는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는 용도의 전시회에 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최근 미술·사진 등의 전시회가 참여형으로 변모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인스타그램 등 사진과 영상에 기반을 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유행하면서 ‘인증샷’, ‘셀카’ 등의 문화가 전시회 깊숙히 자리잡았다. 포토존을 운영하는 정도에서 벗어나 전시회 전체를 사진찍기 좋은 조형물과 분위기로 기획하는 곳도 많다.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다’는 문구를 내걸거나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직접 추천해주는 등의 방식으로도 홍보하고 있다.

문제는 지나친 촬영이 본래 목적인 관람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사진전을 찾은 정재웅(39)씨는 “전시회에서 마련한 ‘포토 스팟’ 등 일부 공간에서는 사진찍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 아무 공간에서나 카메라를 들이대고 이 때문에 다른 관람객들에게 방해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전시회 기획자들도 관람 분위기가 나빠지는 것을 알면서도 'SNS 마케팅'을 멈추기 힘들다. 막대한 마케팅 효과 때문이다. 10년 경력의 한 전시 기획자는 “최근에는 SNS에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참여형 전시회가 아니면 관객이 크게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며 “전시 분위기를 다소 저해하더라도 SNS맞춤형으로 기획을 해야하는 것이 ‘업계 딜레마’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참여형 전시회가 봇물을 이루면서 전시 작품을 만져 훼손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서울 종로의 한 미술관 관계자 “전시회 막바지가 되면 훼손된 작품들이 꽤 많다”며 “몸을 작품에 기댄 채 사진을 찍거나 설치 조형물에 매달리고 앉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민규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대중 전시회라면 관람객들에 맞춰 기획이 이뤄지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관람 행위를 방해할 수 있다면 전시회 동선 등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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