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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인공지능과 무용자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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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바둑계의 세계 최고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이 있었다. 시작 전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대국은 '알파고'가 4승 1패로 최종 승리하였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인간을 상대로 승리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바둑은 경우의 수가 10의 170제곱으로 체스보다 훨씬 복잡해 인공지능이 인간을 초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알파고가 주는 의미는 남달랐다.


알파고의 등장은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신했을 뿐, 인간의 지능을 대신하지는 못했던 과거의 틀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대신하는 것은 물론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은 인간의 의식에서 생겨나는 실수, 고정관념, 편견 등으로부터 자유로우며,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 의사결정을 한다. 일례로 의료 영역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이 있다. 이미 국내 11개 병원에서 '왓슨'을 도입했고 환자들의 암 진단 및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향후 의료 및 헬스케어기기의 보급이 증가하면 보다 많은 양의 의료 데이터의 수집 및 저장이 가능해지고, 이를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학습하게 되면 암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분야에서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신규 일자리 창출문제로 고민하는 지금, 다가올 인공지능의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사피엔스' '호모데우스'의 저자로 잘 알려진 유발 하라리 교수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일자리는 고도의 전문직에서만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단순 노무직의 경우 경제적 잉여인력이 넘치게 되어 '유용자계급'과 '무용자계급'으로 양분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무용자계급의 문제는 근로연계형 소득지원 제도인 근로장려세제(EITC)로 해결할 수 없을 지경에 도달할 것이다. 다시 말해, 지원금을 통해 무용자계급의 근로를 장려하더라도 이들의 일자리가 없는 근본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선점한 국가 혹은 기업은 막대한 부를 창출할 수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국가 혹은 기업은 이러한 최첨단 기술의 혜택을 누리기 어려워져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격차가 발생할 것이다. 네트워크화로 인해 글로벌 경제는 미국의 FAANG(페이스북ㆍ아마존ㆍ애플ㆍ넷플릭스ㆍ구글)를 중심으로 재편돼 독점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가진 기업들의 승자독식현상을 막기 위한 아날로그 시대의 반독점금지법 역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1890년 미국 의회는 스탠더드 오일을 분할하기 위해 미국 최초 독점금지법인 셔먼법을 만들어 1911년 스탠더드 오일을 33개로 분할했다. 통신회사인 벨은 1984년 이후 AT&T, US West, Pacific Bell 등으로 분할됐다. 이는 분할을 통한 경쟁으로 소비자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반독점법을 통한 기업의 분할은 디지털 시대에는 걸맞지 않다고 본다.


앞서 언급한 무용자계급과 승자독식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글세와 같은 디지털세의 도입이 필요하다. 즉 네트워크로 연결된 디지털 경제에서는 알고리즘과 로봇을 지배하는 독점적 지위에 있는 기업과 개인에게 강력한 세금을 부과해 이를 재원으로 무용자계급에 기본소득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해 12월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면서 IT기업의 수익에 대한 과세 근거가 마련됐다.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고 있는 기업에 대해 반독점법으로 규제하기보다는 기업의 활동을 보장하면서 네이버세나 페이스북세를 부과해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봄 직하다.


이상근 교수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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