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원을 기회비용 개념으로 보면 훨씬 큰 금액이 될 수도 있다. 단순 셈법이지만 청년창업팀에 10억원(1밀리언달러)씩 투자했다면 5만팀을 만들 수 있는데, 3명 한 팀이라면 15만명의 젊은이들이 공무원학원 대신 창업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성공확률을 확 낮춰서 0.1%라 해도 50개의 유니콘(1빌리언달러)이 생겼을 수 있는데, 그들의 가치가 50조원이니 나랏돈은 제 몫을 했을 것이다.
아베노믹스를 지지하였던 폴 크루그먼 교수는 ‘잃어버린 20년에 건설투자가 일부 비효율적인 것도 있었지만 일거리 창출로 경기 부양에 기여하였다’고 평가하면서, 더 과감히 투자하라고 조언하였고 그 결과가 지금 일본경제의 모습이다. 경제전문가 중에는 건설을 반짝 효과뿐인 링거주사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건설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면 그 소임을 제대로 한 것이다.
건설이 제대로 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어떤 인프라에 투자하느냐에 달렸다. 이번에 제시된 사업들은 새로운 것들이 아니고 대부분 그 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미루어 왔던 것들이다. 건설투자는 비용편익비율이 높은 순서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기타 여건 등을 감안하여 정치적으로 결단을 내릴 경우에는 다른 잣대를 동원한다. 이런 행위를 적폐로 몰기도 하지만 꼭 그렇게 볼 수는 없다. 이번에도 그런 방법을 쓸 것이다. 그러나 민간의 투자결정 기준은 수익성이므로 다른 잣대로 선정된 사업에 민간이 참여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그간 정부가 공공성을 내세워 사업성이 좋은 민간투자사업들의 계약 내용을 바꾸도록 해 왔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신뢰가 그리 크지 않다.
둘째로 건설현장종사자는 다른 직업으로의 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동종의 일자리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투자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고 지속성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가급적 지역노동력을 동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로 우리의 일거리가 불법적으로 침해 당하지 않아야 한다. 현재 국내현장에 필요한 노동력은 약 16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외국인력이 20만명쯤 된다고 보고 있다. 이들 중에는 우리의 일하는 방식을 익히고 고용관련법을 숙지해서 집단화하는 움직임도 있다.
또한 건설현장은 전국에 흩어져 있고 대부분 근로자들이 일용직이어서 노사관리가 제조업보다 어렵다. 노사간 협의도 회사 단위가 아니라 현장단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노조의 조합원 우선고용 강요나 비조합원의 출근 방해 같은 행위가 일거리 만들기의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 이론은 주류학계에서 보면 검증이 덜된 것이다. 야구로 말하면 미덥지 못한 선수를 감독이 자기 뜻대로 타석에 세운 것이다. 50조원을 쏟아부어 1루까지는 보냈는데 관중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지만 감독은 전략을 바꿀 뜻이 없다. 게임에 이기는 것보다 자기의 전략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 선수를 홈으로 들어오도록 할 것이다. 감독은 1루 선수를 2루로 보내기 위하여 건설에게 보내기 번트를 지시할 것이다. 그 다음 선수에게는 희생플라이를 지시할 것인데 누가 그 역할을 할 지 지금은 모른다.
건설은 1973년과 1979년 두 차례의 오일쇼크 위기를 살려낸 산업이다. 이번에도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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