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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히트상품]자신만의 공간을 찾는 여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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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출판사 '19호실로 가다'

[2018 히트상품]자신만의 공간을 찾는 여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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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도리스 레싱은 200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의 소설가다. 20세기 다양한 문제들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 세계대전의 후유증과 성(性)의 전쟁, 계급사회,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여성이 일상에서 겪는 불안과 억압도 자주 그려 페미니스트 작가로 통한다. 문예출판사에서 발간한 '19호실로 가다'가 대표적이다. 점점 보편화되는 페미니즘 사유를 미리 예견했다고 평가받는다.
결혼제도에 순응하면서 독립성을 잃은 전업주부 수전이 숨 쉴 틈을 찾으려고 자신만의 공간으로 향하는 이야기다. 그녀는 결혼과 가정생활에서 삶의 허망함을 느낀다. 혼자이고 싶지만 집에서는 불가능하다. 결국 런던의 후미진 호텔로 향하고, 19호실에서 어떤 역할과 의미도 강요받지 않는 스스로를 마주한다. 레싱은 또 다른 소설 '남자와 남자 사이'와 '최종 후보명단에서도 여성에게 그들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지 못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 결혼, 가정, 남성에 의해 객체로 머무는 현실을 극명하게 전한다.

대부분 중년여성들이다. 다양한 직업과 모습, 성격을 가진 주체적 인물로 그려진다. 모호한 세계와 감정을 경험하는데, 또 다른 여성과의 우정 혹은 연대로 위기를 극복하거나 서로를 위로한다. 레싱은 이들이 가진 연륜과 힘을 긍정한다. 다채로운 연대를 통해 새로운 세계가 열리기를 고대한다. 그동안 불완전하다고 무시됐던 비이성. 비합리, 감성, 무의식 등이 현실세계에서 발생한 문제의 해법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아울러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다다른 사람이야말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녀가 글을 쓴 1960년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에도 가부장제는 공고하다. 많은 여성들이 육아와 가사를 맡으면서 또 다른 혐오를 마주한다. 이를 해결할 제도적 구조적 차원의 조치가 묘연해 대부분이 수전처럼 무력하게 코너로 몰린다. 레싱은 생전 인터뷰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 있다면, 우리는 자유롭다"고 했다. 올해 많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미투(#MeToo)와 위드유(#WithYou) 운동 등으로 페미니즘의 대중화를 앞당겼다. 그 행보는 레싱이 가리키는 바와 많이 맞닿아 있다. 모두가 자유로운 19호실을 갖는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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