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계열 펀드의 투자 자문사인 엘리엇 어드바이저 홍콩(이하 엘리엇)은 13일(미국 현지시간)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현대차그룹 이사진에게 서신을 보냈다. 서신에는 현대차가 8조원에서 10조원, 현대모비스는 4조원에서 6조원의 초과자본을 보유한 상태라며 이를 자사주 매입에 사용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엘리엇은 글로벌 자동차 컨설팅사인 콘웨이 맥켄지의 현대차그룹 독립 분석보고서를 인용, 현대차그룹이 심각한 초과자본 상태이며 과거 잉여현금흐름의 불투명한 운영으로 인해 상당한 자본이 비영업용 자산에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주환원의 수준이 업계 기준에 지속적으로 미달되고 현금흐름에 대한 일관되지 못한 보고 방식으로 인해 현대차그룹의 사업을 통해 발생되는 실제 현금흐름이 왜곡되거나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을 기반으로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 이사회에 독립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을 포함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련 엘리엇 및 다른 주주들과의 협업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에 대한 초과자본금 환원과 현재 가치를 고려한 자사주매입 방안 우선 검토 ▲모든 비핵심 자산에 대한 전략적인 검토 실시 등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엘리엇의 공세가 향후 진행될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엘리엇의 서한 내용은 새롭지 않다"면서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지배구조 변경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현대차그룹 주주들을 설득함으로써 향후 있을 수 있는 주주총회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노력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강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변화를 준비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현대차(46.4%), 현대모비스(48.1%) 등의 주총을 최소화하고 주주 구성이 유리한 현대글로비스(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 39.3%) 중심의 지배구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현대모비스의 모듈ㆍAS부품 사업을 떼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엘리엇 등의 반대로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포기한 바 있다. 이번 엘리엇의 서신은 당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끼어든 이후 3번째 공세다. 엘리엇은 지난 8월에도 현대모비스의 AS 부문을 현대차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의 모듈과 핵심 부품사업을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는 안을 제안했으나, 현대차그룹은 법적인 제약을 들어 거절하기도 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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