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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열린 문으로 찾아온 '불청객'…카페·패스트푸드점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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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다단계 권유 등
주문 없이 카페에서 영업 열올려
불법 소지 다분하지만 제재 사실상 불가
일부 매장은 '출입금지' 경고문까지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점에 브로커 출입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점에 브로커 출입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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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송승윤 기자] #1. 7일 오전 9시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 건물 2층에 60대 정도로 보이는 백발의 노인 한 명이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들어섰다. 신문과 잡지를 보던 그는 10분 뒤 2명의 노인이 자리에 앉자 일장연설을 시작했다. 주된 내용은 부동산 관련이었다. “60억 부동산에 투자하면 노후 걱정도 없이 매달 월세 꼬박꼬박 받아가면서 살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의 앞에 있던 한 노인이 “믿을 만 하냐”고 묻자 “아주 탄탄하다. 믿지 못하겠으면 관두자”라며 벼락같은 고함을 내질렀다. 이야기가 정리된 듯 그들은 20분 뒤 자리를 떴다. 테이블에는 먼저와 있던 노인이 주문한 차 한 잔만 놓여 있었다.


#2. 비슷한 시간 강남역 인근 한 카페에서도 이색적인 장면이 목격됐다. 정장차림의 젊은 남성 두 명이 비슷한 또래의 여성 2명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파일과 노트북까지 테이블에 두고 여성들을 설득하려는 것처럼 온갖 제스처를 동원하기도 했다. 가까이 가서 들어보자 인터넷 통신판매와 관련된 설명이었다. 대화에서 오간 단어들로 유추해보면 다단계식 영업 방식을 권유하는 듯 보였다.
서울 내 일부 카페와 패스트푸드점 등이 부동산 브로커·다단계 판매원들의 영업장소로 각광(?)을 받으면서 매장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음료를 주문하지 않은 채 몰래 들어와 영업행위를 하면서 다른 손님들한테 민폐를 끼치고 있지만, 마땅한 제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불청객들은 주로 2~3층 규모의 카페를 이용한다. 주출입구 이외에 점원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다른 통로를 이용하기 위함이다. 통상 복층으로 된 카페의 경우 2층 등에 다른 출입구가 있는 편이다. 이를 알고 음료 주문 없이 카페를 사무실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서울 한 카페에 브로커 출입을 제한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서울 한 카페에 브로커 출입을 제한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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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불청객들을 막고자 일부 카페들은 경고문을 붙여놓기까지 했다. 한 패스트푸드점은 “본 매장은 구매고객을 위한 공간입니다. 사채업자 및 브로커 출입을 금합니다”는 문구를 붙여놨다. “영업에 피해를 끼치는 행위 시 강제 퇴점 조치하도록 하겠다”는 글귀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이들을 막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서로 고성이 오간다거나 폭력 등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에야 영업방해로 신고하기도 어렵다. 한 카페 매니저는 “딱 들어보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든가 투자를 하라든가 하는 사기성 짙은 말이 오간다”면서도 “주문을 안했을 경우엔 주문하라고 얘기는 할 수 있겠지만 대화하는 것을 말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답답해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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