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재벌이나 재산가들은 기업이나 재산을 자자손손 물려주고 싶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부담한다. 이로 인해 자칫 기업이 흔들릴 수 있다. 이 지점에 국가와 재벌의 설명하기 어려운 교집합이 있다. 바로 공익법인이다.
그런데 세금을 줄이는 데 이골이 난 우리나라 일부 재벌기업은 이런 선의를 합법적인 재벌 세습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 그 과정은 이렇다. ①재벌은 상속이나 증여를 할 금액으로 일단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세금을 면제받는다. ②공익법인의 대표에 재벌 2세를 앉힌다. ③공익법인 대표는 장학금 지급보다 아버지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의 주식을 취득한다. ④공익법인이 해당 재벌기업의 주주권을 행사한다. 이렇게 하면 재벌 2세가 공익법인을 통해 아버지 회사를 손쉽게 물려받게 된다.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장학금은 세금면제 받은 것에 비해 턱없이 적게 주고.
이와 같은 문제점을 차단하기 위해 세법은 공익법인이 특정기업 주식을 출연금으로 받을 경우 그 주식을 출연한 법인 발행 주식총수의 5%까지만 세금면제 혜택을 부여하고(5% 룰) 초과분에 대해선 세금을 부과한다. 그리고 운영자금 중 30% 이상을 주식투자에 사용한다면 그 초과분은 세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30% 룰).
그러나 생각해보면 보다 많은 장학금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공익법인이 출연금을 많이 받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렇게 모은 출연금을 수익성이 있는 곳에 잘 굴려서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 그래야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장학금 혜택을 받을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일부 재벌기업의 행패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꼴이다.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자니 영악한 재벌기업이나 대재산가들의 탈세마당으로 전락할 것 같고, 규제를 강화하자니 젊은이들이 받을 장학금이 줄어들 염려가 있다. 딜레마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한 가지 방법을 제안하면, 공익법인을 설립할 때 세금감면을 공익지출과 연계하는 것이다. 공익법인에 출연을 할 경우 일단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과하자. 그리고 3년 이내에 해당 공익법인이 공익사업의 취지에 맞게 지출을 할 경우, 거기에 상응하는 세금을 돌려주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알곡(진정으로 장학금을 주고자 하는 자)과 쭉정이(장학금 지급보다는 세금면제 혜택을 더 많이 받으려는 자)는 가려질 듯하다. 한번 해보자.
안창남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
.
꼭 봐야할 주요뉴스
[르포]"정부가 보조금 퍼붓는데 어떻게 버티나" 전...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