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들 둔 워킹맘 여성 CEO…그동안 만난 가사도우미만 100여명
"여성끼리 서로 돕고 사회생활 이어가는 새로운 구조 만들고 싶어"
일·가장 고민하는 여성 후배들에게 "충분히 가치있다면 계획·전략 세워 대비해야"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는 젊은 워킹맘 등 청소를 필요로 하는 가정과 가사도우미를 연결해주는 모바일 플랫폼 '청소연구소'를 만들었다. 12년 넘게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면서 연 대표가 만난 도우미는 100명이 넘는다. 워킹맘들이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을 구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연 대표는 다음과 엔씨소프트, 카카오를 거쳐 생활연구소를 창업했다. 다음이 급성장하고 있던 2001년에 광고 업무를 도맡아 경영기획ㆍ사업개발ㆍ인수합병(M&A) 등을 맡았다. 이후 엔씨소프트에서 전략ㆍ기획 업무를 맡아 해외 업체들과 제휴하는 전략 등을 담당했다. 모바일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던 2012년 카카오에 입사했다. 카카오에서는 이모티콘 스토어를 만들어 유료 이모티콘 서비스의 초석을 다졌다.
연 대표는 "배우고 싶은 것을 해결하려는 욕구가 큰 편이고 겁이 없다 보니 가지고 있던 지위나 편안함을 내려놓는 것에 익숙했다"며 "월급쟁이로 살다 사업이 아까워서 우발적으로 시작한 창업이었지만, 창업은 서비스만으로 승부를 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내려놓고 또 배우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 덕분이었다"고 했다.
연 대표는 12세 쌍둥이와 8세 막내까지 세 아들의 엄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기혼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워킹맘으로 12년을 보낼 수 있었던 비결은 자신에게 필요한 시스템을 갖춰나간 것이다. 연 대표는 "맞벌이를 결심했다면 그에 맞는 시스템을 갖추고 정신을 무장해야 한다. 그렇다고 슈퍼우먼이 될 필요는 없다"며 "직장을 다니기로 결심했다면 남편과 부모님, 시터의 도움을 받는 등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과 가정을 챙기느라 지친 여성 후배들에게 연 대표는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스스로에게 가치 있느냐'를 고민하는 것, 그런 다음 계속 일하고 싶다면 '계획과 전략을 잘 세우는' 것이다. 2~3년 단위로 자녀의 성장 주기에 맞춘 단기 계획을 세워 장기적인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연 대표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는데,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모습을 볼 때 잠깐을 기다리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 하는 일에서 급여나 지위가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면 도우미를 쓰는 비용을 아끼지 말라고 후배들에게도 조언한다. 나중에 더 많이 벌어 메울 수 있다. 겁내지 말고 단기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산업으로 평가받는 IT 업계이지만 여전히 여성 임원 비율은 낮다. 연 대표는 여성 이용자가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때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기 위해서는 여성 임원이나 CEO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 대표는 "대부분의 소비재나 서비스가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데 여성 임원이 없거나 여성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은 서비스는 산으로 갈 수 있다"며 "직장 생활을 하는 여성들도 야망을 드러냈으면 좋겠다. 큰 조직에서 여성들이 하고 싶은 일이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을 잘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연 대표는 "여성들은 조직의 균형을 맞추거나 직원들과 소통할 때 커뮤니케이션 역량 등의 부분에 강점이 있고 이 부분에서 매력을 드러낸다면 더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출산 이후 여성들의 경력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지구력이 필요하다. 커리어에 대한 집요함,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연현주 대표 프로필
▲ 연세대 인문학부 졸업 ▲ 2001 한국IBM
▲ 2002~2009 다음커뮤니케이션 광고비즈니스 사업부장,
경영혁신팀 팀장, M&A팀 팀장
▲ 2009~2012 엔씨소프트 전략팀 차장
▲ 2013~2015 카카오 카카오톡 이모티콘 사업부장
▲ 2015~2016 카카오 O2O 홈서비스 사업부장
▲ 2017.1~ 생활연구소 대표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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