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전성시대]온누리 상품권과 기능 중복…할인 등 인센티브 부여, 사용률 높여야

무리하게 발행, 지역화폐의 그늘
복지급여 대신 지급 주민 반발
공무원·기업체 등 강매부작용도
지류상품권 높은 수수료 걸림돌

[아시아경제 이은결 기자, 정동훈 기자] 지역화폐 도입은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현 상황에서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상인과 주민의 참여와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고 무리하게 발행을 서두르다가는 부작용만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2005년에 지역 전용 상품권을 발행했지만 2009년 온누리상품권이 전국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기능이 중복되고 사용 실적이 부진해진 데다 관공서에서만 구입해 판매가 급감했다가 2013년 사용이 중단됐다. 이 지자체의 경우 지역화폐를 다시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여러 고민을 안고 있다.

한 관계자는 "온누리상품권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할인(5%)과 현금영수증 등 혜택을 부여하고 있음에도 상품권 사용이 보편화되지 않고 있어 지역 전용 상품권은 할인 혜택과 경품 행사, 가맹점 자체 할인 등의 인센티브 없이는 시민 참여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현금(계좌 입금)으로 지급하던 복지급여를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데 대해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는 일반 시민들의 상품권 구매율이 낮자 공무원과 기업체에 구매를 강요하는 등 부작용의 사례도 있다.

발행 형태에 따라 단점도 있다. 지류 상품권은 제작비, 수수료, 관리비 등이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고향사랑 상품권 발행ㆍ운영 안내서에서 25억원 규모의 지역상품권 30만장 발행에 소요되는 예산으로 연간 약 2억2000만원을 제시했다. 판매ㆍ환전 수수료는 발행액의 2%대로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비슷한 사례로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도 판매ㆍ회수 수수료율이 높아 위탁판매를 하는 금융기관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류 상품권은 정책수당 지급이 어렵고 부정 유통 가능성도 존재한다.

전자 지역화폐의 경우 현재 발행근거가 각 지자체 조례에 있다는 점이 한계다. 법적 근거가 확실해야 지역 공동체가 적극적으로 카드나 모바일 상품권을 고려할 수 있다.또한 전자지급수단의 영수증은 법인세법ㆍ부가가치세법상 세액공제 증빙서류로 인정되지 않아 골목 자영업자들이 가맹점 등록을 꺼리게 만든다. 현재 국회에는 '지역사랑 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지역화폐의 낮은 '존재감'도 향후 홍보, 정책적 인센티브 등을 통해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이다. 2016년 경기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역화폐를 알고 있는 주민보다 모르는 주민이 3배가량 더 많았다. 최준규 경기연구원 정책분석부 연구위원은 "지자체별로 화폐를 발행하고 운영하는 데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술 환경의 변화에 따른 지역화폐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결 기자 leg@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