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처벌규정 없어 유명무실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무더기 적발됐지만 ''기소유예'
연이은 솜방망이 처벌에 '김영란법'도 흐지부지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휘발유 260만ℓ를 소실한 고양 저유소 화재의 원인이 풍등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풍등을 규제하는 법이 있음에도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며 실효성 없는 법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풍등은 일반적으로 공중에서 최대 20분 정도 머물다 그 안의 고체 연료가 다 타면 지상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강풍 등의 원인으로 연료가 다 타기 전 지상에 떨어지면 화재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이에 소방당국은 지난해 소방기본법을 개정해 풍등 날리기를 '화재 예방상 위험행위'로 규정해 소방당국이 금지할 수 있는 활동에 포함시켰다.
이 외에도 유명무실한 법제도는 우리 주변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지난달 28일 시행된 도로교토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전거 탈 때 헬멧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훈시규정으로 단속 규정도 없고, 위반을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시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개정안에 포함됐다 탁상행정 논란으로 잠정 유예된 '택시 카시트' 규정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6세 미만 영유아가 탑승하면 반드시 카시트를 착용해야 하고, 위반하면 오는 12월부터 범칙금 6만원이 부과하기로 했었다. 그러자 자녀를 둔 부모가 택시 등을 탈 때 카시트를 들고 다니기 어렵다는 지적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또 정부나 지자체에서 제도적으로 택시에 카시트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예산도 필요한 실정이었다. 결국, 경찰은 "보급률이 낮다는 것을 감안해 카시트 사용 단속을 유예한다"고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입법에 앞서 현상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면밀히 다듬어야 하는데 이런 점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입법 후에 문제가 됐을 땐 빨리 개정에 나서야 하는데 논란이 됐을 때만 들여다 보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입법 후에도 해당 법과 관련해 상시 점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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