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술은 어른한테 배우는 거야. 부모가 주는 술은 괜찮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중고교생 10명 중 6명은 음주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최초 음주 시기는 중학생 때가 41.1%로 가장 많았고, 초등학생 때는 29.2%로 2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술을 마시게 된 이유’다. ‘부모나 친척 등 어른들이 권해서’라고 답한 학생이 33%로 가장 많았다. 호기심(24.5%)이나 기분 좋게 놀기 위해서(23.4%)라는 답변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그런데 무심코 권하는 술 한 잔은 자녀에게 잘못된 음주습관을 심어줄 수 있다. 술을 권하지 않더라도 청소년이 있는 자리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사실 청소년 음주에 대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부모뿐만이 아니라 TV 방송프로그램을 통해서 ‘술을 마시면 즐겁다’거나 ‘술을 마시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등의 인식이 청소년에게 전달되고, 이는 음주효과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청소년이 주류 광고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하기 위해 ‘청소년 보호시간대’를 지정해 특정 시간대에 주류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알코올 도수가 낮은 주류에 대해서는 규제가 느슨하고,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유튜브 등 온라인 광고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술을 접하게 되면, 청소년기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청소년기의 뇌는 감정을 주관하는 ‘변연계’가 빠르게 발달하지만 이성과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 부위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발달한다. 때문에 청소년기에 술을 마시게 되면 어른에 비해 감정 조절과 충동 억제가 어렵고,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해 공격적인 성향이 자리 잡을 수 있다.
실제로 음주와 청소년 범죄와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음주 시 청소년의 범죄 위험도가 남자청소년의 경우 15.56배, 여자청소년의 경우 8.21배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음주 시작 연령이 늦을수록 좋다고 한다. 올바른 음주관이 형성되기 전, 청소년들이 술을 마시지 못하도록 막아야 할 부모, 친척 등이 술을 권해 음주를 빨리 시작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마스크 다시 꺼내야…'발작성 기침' 환자 33배 급...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