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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린벨트 해제, 불가피한 선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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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최근 서울 및 수도권의 주택 공급은 원활한 상태다. 향후 5년간 서울 및 수도권 주택 수급도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 수급 여건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기존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수도권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수급은 여전히 안정적이지만 선제적으로 공공택지를 조성해 주택 공급 물량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주택 공급 확대가 절박한 상황은 아니지만 2022년 이후 쓸 택지를 미리 확보해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공급 부족에 대비한다는 취지다. 시장에서 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서울의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보는 주택 수급 여건은 안정적이지만 정부가 들고나온 주택 공급 확대 방식은 다소 극단적이다. 바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다. 그린벨트는 도시 경관과 환경 보전을 위해 설정된 녹지대를 말한다. 요즘처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 중요성이 커진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지자체가 수용하지 않으면 국토부가 가진 개발제한구역 해제 물량을 독자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활용하되 지자체와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자 국토부가 자체적으로 그린벨트 해제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김 장관은 ‘국토부가 가진 개발제한구역 해제 물량’이라고 표현했지만 국토부가 해제된 그린벨트 땅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 등 지자체가 계속 말을 듣지 않으면 국토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해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그린벨트법)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그린벨트 지정 및 해제 권한은 국토부 장관에게 있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 면적이 30만㎡ 이하인 경우 등은 해제 권한을 시장 및 도지사에게 위임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계획과 관련해 국토부 장관이 직접 그린벨트 해제에 관한 도시관리계획을 입안할 때는 예외로 하고 있다. 30만㎡ 이하 면적이라도 국토부 장관이 직접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관할 지자체장의 의견을 들은 뒤 도시관리계획을 입안하도록 하고 있다. 지자체장이 반대한다고 해서 국토부 장관이 그린벨트 해제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하기엔 부담스럽다.

법에서 정한 그린벨트 해제 요건은 총 일곱가지다. 먼저 그린벨트에 대한 환경평가 결과 보존 가치가 낮게 나타나는 곳으로서 도시용지의 적절한 공급을 위해 필요한 지역이다. 이와 함께 ▲주민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취락으로 주거환경 개선 및 정비가 필요한 지역 ▲도시의 균형적 성장을 위해 기반시설 설치 및 시가화 면적 조정 등 토지이용 합리화를 위해 필요한 지역 ▲지정 목적이 달성돼 그린벨트로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된 지역 ▲도로·철도 및 하천 개수로로 인해 단절된 3만㎡ 미만 토지 ▲그린벨트 경계선이 관통하는 대지로 그린벨트 지정 및 해제 당시부터 대지 면적이 1000㎡ 이하인 경우 ▲그린벨트 경계선 관통 대지의 그린벨트 해제로 공간적 연속성이 상실되는 1000㎡ 미만 소규모 토지 등이 해당된다.

위 요건을 충족하는 그린벨트를 활용해 국토부가 도시관리계획을 입안할 경우 국토부 장관이 직접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것이다. 30만㎡ 이하인 경우는 관할 시장·도지사도 해제할 수 있다. 해제 요건을 따질 때는 정량적 기준과 함께 정성적 판단이 작용하게 된다. 문제는 정성적 판단에 정치적 판단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국토부가 주택 공급 확대로 돌아선 것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한 뒤부터다.

국토부는 수도권에서 해제 요건에 해당하는 그린벨트가 42.6㎢ 정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 전체 그린벨트의 약 3%에 달하는 면적이다. 언뜻 보면 많지 않아 보이지만 갈수록 미세먼지 등 환경 오염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그린벨트는 수도권의 허파와 같다. 이미 훼손돼 보존 가치가 낮은 지역이라고 해도 해제보다는 정비 등을 통해 최대한 미래세대에 물려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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