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낸드 공급 초과 심화" 전망에, SK하이닉스 "양산 기술 고도화로 원가 절감"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3조700여억원을, 올 상반기에 10조원을 벌었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모두 청주 M15공장 건설에 쏟아붙고 있는 셈이다. 연말 완공 예정이던 공기 또한 3개월 가까이 앞당겼다. 기술변혁기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단행해 낸드 플래시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것이 SK하이닉스가 M15공장에 총력을 기울인 배경이다.
시장 규모면에서는 세계 5위에 머물러있지만 공정 기술 만큼은 선두 업체들을 바짝 쫓고 있다. 지난 2006년 70나노급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며 시장에 진출한 뒤 SK하이닉스는 줄곧 선두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실감해야 했다. 하지만 낸드플래시 공정 기술이 미세화(선로 폭을 세밀하게 그리는 기술)에서 3D(수직으로 반도체를 쌓아올리는 기술)로 급변하며 기회가 왔다.
지난 2016년 2분기 36단 3D 낸드플래시를 처음으로 양산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72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96단 3D 낸드플래시 양산 기술 개발도 마쳤다. 현재 96단 제품의 경우 삼성전자와 도시바만 양산이 가능한 기술이다.
반도체 업계는 SK하이닉스의 'M15' 공장이 72단과 96단 3D 낸드를 대량 양산하기 시작하면 시장 재편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낸드플래시 시장은 공급초과 현상을 보이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주요 제품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7월 5.89% 감소한 이후 9월에도 3.8% 하락했다.
때문에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 시장조사업체들은 'M15'로 인해 공급초과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국내 이천과 청주, 중국 우시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다. 이천과 중국 우시에서는 D램을 생산하고 청주서는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다.
현재 낸드플래시를 생산중인 청주 'M14'의 월 생산량은 최대 20만장(웨이퍼 기준) 수준이다. 'M15' 역시 비슷한 규모로 공장이 풀가동될 경우 최대 20만장 가까운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있다. 세계 시장 10%대의 점유율을 가진 SK하이닉스가 생산량을 두배로 늘릴 경우 공급초과 현상이 심화될 수 밖에 없어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 추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생각은 다르다. 공급이 크게 늘어나지만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이 본격화 될 경우 현재 생산량을 2배로 늘려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SD 시장 성장 추이를 감안할 경우 지금 생산량을 늘려야 고객들의 수요에 적기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낸드플래시 전체 가격이 떨어져도 고부가 제품인 72단, 96단 제품 출하량이 늘어나면 원가 구조가 개선되는 만큼 기술 상위 업체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낸드플래시 자체는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겠지만 72단 생산이 증가될 경우 원가 절감으로 가격하락 상쇄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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