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 11월 4일까지 '지브롤터 항해일지' 전
[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유럽 아이들이 모로코를 향해, 아프리카 아이들이 스페인을 향해 줄지어 간다면 양쪽 아이들은 수평선에서 만날 수 있을까."
스페인과 모로코의 아이들이 신발로 만든 배 모형을 손에 들었다. 이들은 양쪽의 해안가에서 각각 출발해 수평선에서 만나려 시도한다. 실제로 모로코 북쪽 끝에서 바다를 건너 13㎞ 정도만 가면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의 최남단 타리파에 닿는다.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이 택하는 '모로코 루트'로 알려져 있다. 신발로 배를 만들었다는 데서 정치적, 물리적 거리를 넘어서고 싶어 하는 작가의 의지가 읽힌다. 아이들이 행동을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미래를 꿈꾼다. 멕시코시티에서 활동하는 벨기에 작가 프란시스 알리스(59)는 '지브롤터 항해일지'(The Logbook of Gibraltarㆍ2008)에서 강대국들의 전략적 요충지가 되어 온 지브롤터 해협에 두 번째 다리를 만들려고 했다. 이를 영상으로 기록해 전시했다.
특히 앞서 소개한 다리 프로젝트는 그의 대표작이다. 첫 번째 프로젝트 '다리'(2006)는 쿠바 이민자들과 미국 이민당국과의 갈등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아바나와 키웨스트의 어민들이 양쪽 해안에서 각자 출발해 어선을 배치하여 마치 해상에 떠 있는 다리를 만드는 듯한 광경을 연출해 주목받았다. 생생한 장면들을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표현했다. 아바나와 키웨스트의 어민들이 다리를 만드는 장면은 지정학적 긴장감과 해결되지 않은 양국의 갈등을 해소하고 싶은 은유적인 시도다.
그는 오랫동안 경계에 대해 관심을 갖는 데에 대해 "국경은 멕시코에 갔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여전히 큰 이슈여서 일찍부터 고민을 해왔다"면서 "특히 국경이라는 공간이 긴장이 배출되고 가시화 되는 장소여서 흥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미국에서 이민은 큰 이슈"라며 "미국과 멕시코는 지리적으로 국경을 마주하고 있고, 또 니카라과라든가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다른 지역 사람들이 미국행을 위해 멕시코로 오다 보니 그 긴장이 실제로 눈에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연스레 이민 문제에 대해서도 "저도 이민자다. 이민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 시작됐고 철새만 봐도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시도는 할 수 있지만 정부가 다 막을 수는 없고 막으려고 했던 모든 시도들이 다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한 발 나아가 "자원이 있는 곳으로 가는 행위는 거의 동물적인 감각이고 자원이 몰려있는 곳에 가는 일이 동물이든 사람이든 이민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제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밖에 이번 전시에서는 오랜 세월이 흘러 지워진 파나마 운하 지대의 도로 중앙 분리선을 다시 칠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 '페인팅'(2008), 지브롤터 해협 인근의 도시인 모로코 탕헤르에서 물수제비를 뜨는 아이들을 기록한 '아이들의 놀이 #2: 물수제비뜨기'(2007), 미국 정부의 엄격한 이민정책과 입국심사에 대한 대응으로 미-멕시코 국경을 건너는 가장 먼 길을 택하여 세계 일주를 떠나는 '루프'(1997) 등 영상 작업 여섯 점과 드로잉 스무 점을 최근의 대표작으로 소개한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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