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10%룰 폐지…'한국판 엘리엇' 주의보

"기업 지배구조 개선·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
상장사 "경영권 방어권 없는데 주주 권한만 강화"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문채석 기자]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의결 지침) 도입에 이어 사모펀드의 기업 경영참여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해외 헤지펀드처럼 소수 지분만으로도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됨으로써 상장사들의 지배구조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상장사들은 경영권 방어수단은 없는데 공격 수단만 다 풀려 '한국판 엘리엇'이 등장할 수 있다며 긴장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27일 발표한 '사모펀드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전문투자형(헤지펀드)과 경영참여형(PEF)의 지분 보유에 관한 규제인 '10%룰'이 전면 폐지된다. PEF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10% 이상을 취득해야하는 규제를 적용받지 않게되고 헤지펀드는 보유주식의 10%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이 제한되는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사모펀드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 1.4%를 보유한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차그룹 측에 지배구조 개편안 등을 요구한 것과 같이 10%룰에서 해방된 국내사모펀드들도 앞으로 주주로서의 권리행사에 본격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사모펀드들이 기업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는 관점에서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펀드 수익률을 제고할 것인데 펀드 수익률은 기업가치가 올라가야 가능한 것이므로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지배구조가 뒤떨어질 경우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기업 가치 향상을 주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의 스탠스는 해외 헤지펀드와는 달리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권에 대한 간섭보다는 오히려 우군이 늘어난 것으로 받아들여야한다고도 했다. 안 본부장은 "사모펀드 규제 개혁의 취지는 외국 사모펀드 대비 국내 사모펀드들이 불평등하게 대우받는 부분을 해소하고 시중 자금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간섭하는 '꾼'이 늘었다고 보기보다는 소통을 잘하면 지분을 많이 가진 사모펀드를 우군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봤다.

반면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주주권만 강화돼 불공평하다고 지적한다. 이재혁 상장사협의회 정책홍보팀장은 "경영권을 놓고 보면 공격과 방어가 공평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공격수단은 다 풀어져있지만 방어수단은 자기 주식뿐"이라면서 "펀드는 수익률이 주 목적이지만 기업은 수익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차이를 고려해 운동장을 평평하게 한 다음 규제를 풀어야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알리바바의 최대주주는 마윈이 아닌 손정의인데 벤처기업일 때 차등의결권을 도입해 손정의가 의결권을 하나도 행사하지 않는다"며 "손정의는 기업가치만 본 것이고 마윈도 회사를 키워도 경영권을 뺏기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창업자로서 기업가정신을 이어가는 경영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