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참 신기하죠. 추석이나 설 등 명절만 되면 온갖 부정적인 뉴스가 가득합니다. 올해도 그랬습니다. 차례상이나 제사는 허례허식이다, 이혼ㆍ가정폭력이 급증한다, 며느리들이 무슨 죄냐, 처갓집부터 가면 안 되냐, 쓸데없는 잔소리 좀 하지 마라, 시댁 제사에 왜 며느리가 절을 하냐 등등의 뉴스가 기억이 납니다. 몇년 전 며느리들이 추석을 앞두고 가짜 깁스를 구매해 인기 품목으로 떠올랐다는 뉴스도 화제가 됐죠.
아니나 다를까, 이미 명절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추석을 없애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화제가 된 게 대표적 사례입니다. 게다가 사건ㆍ사고도 좀 많이 일어납니까. 추석 연휴 때 119 구급차 출동 건수는 평상시 두 배 이상 늘어납니다. 화재ㆍ교통사고 건수도 훨씬 많습니다.
"연애 상대의 명절에 대한 생각이 결혼에 영향을 미치는가"는 질문에는 '전혀 아니다"는 사람이 30.6%로 가장 많았고, 이어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라는 사람이 23.6%, "보통이다"는 답변이 27.2%로 나왔습니다. 이에 비해 영향을 미친다는 사람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18.1%), 아주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0.6%) 등이었습니다. 즉 결혼과 이혼 등의 선택의 문제에서 명절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등장하는 명절 스트레스는 실제 어떨까요? 성별, 개인별로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최근 국민들의 절반 이상은 '명절증후군'을 겪지 않는다고 답변한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3040세대 500명을 대상으로 물어 보니 명절증후군을 겪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이 56.2%로 집계된 것입니다. 특히 여성 응답자 가운데 명절증후군이 없다고 답한 비중이 44.8%에 이를 정도로 비교적 높았습니다. 차례를 지내지 않고 여행을 가거나, 간편식 사용 등 최소한 간소화하는 추세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요는 명절에 대한 근거없는 '적개심'까지 부추길 정도로 부정적 보도가 지나치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역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서울 직장인 박모(49)씨는 "명절 때마다 특정 세대ㆍ계층의 불만만 앞세워 온통 부정적인 내용이 보도되는 것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잘못된 관습을 고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고, 남녀평등 등 사회의 변화가 반영되면서 명절의 모습도 바뀌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명절은 멀리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이 1년에 두 번, 막대한 시간과 비용에 다소간의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만나서 차와 술을 기울이며 정을 쌓고 소통하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그것이 온갖 매체와 교통 수단이 최첨단 정보통신시대에도 수천년 전 농경 시대의 달력에 맞춰 만들어진 명절이 살아남는 이유입니다. 최근 취재 도중 만난 한 민속학자도 "제사 등의 부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존재하는 한 명절은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더군요.
오늘 저녁, 휘영청 떠오른 보름달과 함께 부디 가족들과 정을 쌓는 소중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첨언하자면, '가족의 화목'을 해치는 모든 격식과 형식은 내려놓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매달 엄마한테 60만원씩 보내요"…국민 30%의 한...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