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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불타는 나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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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BurnYourNikes(나이키를 태워라). 최근 며칠 새 트위터에서 급증한 해시태그 중 하나다. 나이키 운동화를 불태우거나 양말 등의 로고를 찢는 동영상과 사진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나이키의 핵심 슬로건인 '저스트 두잇(Just Do It)'을 '저스트 번 잇(Just Burn It)'으로 비꼬는 글도 다수다.

단지 SNS 상만이 아니다. 뉴욕 증시에서 나이키의 주가는 일일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직접 나이키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는 모두 나이키가 전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선수 콜린 캐퍼닉을 30주년 광고모델로 기용한 직후 벌어진 일들이다. CNN은 "나이키가 정치적 갈등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고 전했다.
캐퍼닉은 2016년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에 항의하며 경기 중 국가를 제창할 때 한쪽 무릎을 꿇고 앉는, 이른바 무릎꿇기 시위를 확산시킨 인물이다. 한때 NFL 스타였지만 무릎꿇기 시위로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후 실직자가 됐다. 나이키가 그를 모델로 발탁한 것은 캐퍼닉의 시위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충분히 읽힐 수 있다. 심지어 광고문구도 '무언가를 믿어라. 설령 모든 것을 희생한다 할지라도(Believe in something. Even if it means sacrificing everything)'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최근 나이키를 둘러싼 논란은 무릎꿇기 시위 당시 미국 내에서 격화됐던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 애국심 대 인종차별의 대립구도가 재점화한 셈이다.

나이키가 사회ㆍ정치적 논란을 마케팅으로 끌어들인 것이 처음은 아니다. 일각에서 이번 논란을 나이키가 의도한 것일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나이키의 고객 대다수가 10~30대고 흑인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히려 충성고객층을 확고히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이즈 마케팅보다는 마케팅의 핵심인 STP 전략 중 시장세분화(Segmentation)에 가깝다. 더욱이 캐퍼닉은 지지층에게 '사회적 정의'라는 이미지도 일부 갖고 있다.
기업마케팅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하지만 리바이스스트라우스의 칩 버그 대표의 최근 발언은 변화하는 추세를 확실히 보여준다. "어느 한 쪽의 입장을 취하면 일부에게 인기가 없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다." 불타는 나이키조차 나이키의 광고가 된 셈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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