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서가 성경 공부할 때 연예계는 연이은 대마초 사건 등으로 어지러웠다고 한다. 배우 고은아, 가수 이종용, 서수남 등이 가세해 성경 공부하는 연예인이 날로 늘었다. 그 수가 마흔 명을 넘자 1976년 3월7일 아세아연합신학원 채플실에서 창립 예배를 드린다. '예능교회 35년 발자취북'이라는 책에는 교회가 설 때 봉사한 연예인들의 사진이 실렸다. 하 목사가 가장 먼저 나오고 다음으로 곽규석이 등장한다.
쇼쇼쇼는 훗날 전설이 됐다. '100억 수출, 1000불 소득'을 외치며 허리 펼 날 없던 개발도상국의 서민들을 위로했고, 한 시대의 고통과 고뇌마저 빨아들였다. 그럼으로써 시청자의 기억에 곽규석, 곧 '후라이보이'라는 추억을 아로새겼다. 곽규석이 이름을 주워섬길 때마다 마술처럼 가수들이 등장했다. 흑백 브라운관 속의 현란한 조명은 주한미군방송(AFKN)으로 보는 외국의 쇼무대 못지않았다.
곽규석은 당시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야한' 의상을 사용한 무용단과 합창단이 잔뜩 시청자의 시선을 끌어모은 다음 등장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후라이보이 곽규석입니다!" 그는 후라이보이라는 예명을 공군악단 사회자 시절부터 사용했다고 한다. 원래 플라이보이(Fly boy)인데 후라이보이로 발음을 해 '허풍쟁이' '거짓말쟁이'라는 뜻으로 이해한 팬이 많았다.
곽규석과 구봉서가 함께 출연한 텔레비전 광고가 있다. 구봉서가 형, 곽규석이 아우인데 둘 사이에 라면 한 그릇이 나온다. "형님 먼저 드시오, ××라면" "아우 먼저 들게나, ××라면"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형님 먼저" "아, 아우 먼저" "그럼 제가 먼저…ㅎㅎㅎ". 구봉서가 안색을 바꾸며 그릇을 붙든다. 곽규석은 1999년 오늘, 구봉서는 2016년 8월27일 눈을 감았다. 광고 속의 예언(?)처럼 곽규석이 먼저였다.
문화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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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대책 또 나왔다…무주택가구서 출산하면 '주...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