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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사전] 긱 이코노미(Gig Economy) - 실학자 박제가와 우버 기사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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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판 '긱 이코노미' 근로자였던 박제가는 과도한 노동강도와 잦은 숙직의 애환을 시를 통해 노래하기도 했다. 사진은 청나라 화가 나빙이 그린 박제가의 모습. 사진 = 과천시 추사박물관

조선시대판 '긱 이코노미' 근로자였던 박제가는 과도한 노동강도와 잦은 숙직의 애환을 시를 통해 노래하기도 했다. 사진은 청나라 화가 나빙이 그린 박제가의 모습. 사진 = 과천시 추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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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는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신분이 서얼(庶孼)이었던 탓에 관직의 꿈을 접고 있던 중, 정조가 도입한 규장각 검서관 제도를 통해 계약직으로나마 관직에 진출할 수 있었다. 적서 차별이 준엄했던 시절, 능력을 인정받아 등용된 기쁨도 잠시. 임기는 고작 30개월에 규장각 정규직을 보좌해 온갖 잡일에 며칠에 한 번꼴로 숙직을 서는 근무형태는 오늘날 비정규직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숙직 중 지은 시 출직(出直)에서 “나흘에 한 번 집에 들어가는데, 늦은 귀가는 언제나 해 질 무렵이네(四日一歸家, 歸晏日常?)”라고 읊조리며 과중한 업무에 대한 애환을 담아낸바 있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는 기업이 정규직보다 필요에 따라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경향이 커지는 경제 상황을 지칭하는 말로, 1920년대 미국 재즈클럽에서 단기 연주자를 ‘긱’이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긱 이코노미는 우버 기사, 재택 간병인 등을 위시한 다양한 일자리 출현과 함께 새로운 노동시장의 흐름으로 각인됐지만, 한편으론 정규직 비율이 낮아짐에 따라 최저임금·건강보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일자리는 늘어나지만 임금 상승률은 제자리를 맴도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비정규직 박제가의 한숨 섞인 푸념으로부터 약 300년이 지난 지금, 이름만 ‘긱’으로 바뀐 현대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충분한 사회 안전망이 간절한 현실은 그 아픔과 한숨의 무게가 다르지 않다는 명징한 증거가 아닐까.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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