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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강남 물 좋네”…얼평·몸평 ‘길거리방송’ 어떡하나

최종수정 2018.08.29 15:28 기사입력 2018.08.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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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유튜브 캡처]

[출처=유튜브 캡처]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1인 인터넷방송 진행자, 이른바 ‘BJ’가 점점 보편화되면서 일반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길거리 방송’도 성행하고 있다. 그런데 밤 시간대 번화가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방송 특성상 일반인들이 얼굴평가와 몸매평가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길거리 방송 콘텐츠는 BJ들이 강남, 이태원, 홍대 등 번화가를 찾아 거리를 지나는 남·녀에게 접근해 말을 붙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카메라를 든 BJ가 비추는 화면에 일반인들의 얼굴과 몸이 그대로 노출된다. BJ들은 ‘어디 가는 중이냐’, ‘뭐하고 있었냐’는 등 인터뷰를 진행하는 듯싶으나 얼평과 몸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로 유튜브에 ‘길거리 방송’을 검색하면 ‘오늘 강남 물 좋네’, ‘핫바디 글래머 미녀들’, ‘이 남자 너무 잘생겼다’ 등 얼굴과 몸매를 품평한 제목들이 눈에 띈다. 일부는 뽀뽀나 포옹 등 일반인과의 신체 접촉이 미션인 영상들도 게재돼 있는 상태다. 이런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은 조회수가 많게는 150만 건에 달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얼마 전 강남역을 찾았다는 20대 A씨는 한 남성이 핸드폰을 들이밀며 자신을 방송소재로 삼았다고 분노했다. A씨는 “처음엔 ‘간단히 인터뷰 좀 해 달라’는 식이었는데, ‘예쁜데 남자친구 있어?’, ‘짧은 치마 입고 어디가?’라며 반말과 더불어 성희롱 발언이 시작됐다”고 했다. 또 “정색하고 화를 내자 ‘냉미녀네’, ‘예쁜데 한 성깔 하네’라는 등 계속 무례하게 굴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A씨는 해당 BJ의 이름도 몰라 자신의 얼굴이 노출된 영상이 어디에 게재됐는지조차 알 수 없어 삭제나 수정 요구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출처=네이버 캡처]

[출처=네이버 캡처]

A씨와 비슷한 피해를 겪은 사례는 상당히 많았다. 포털사이트나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튜브에 제 얼굴이 담긴 영상이 올라와 해당 BJ에게 연락해 삭제를 요구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질문하는 글도 볼 수 있었다.

익명의 시청자들이 채팅과 댓글을 통한 온라인 성희롱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홍대에서 한 BJ와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B씨는 “예의상 BJ의 인터뷰에 응해줬는데 당시 댓글들을 보니 ‘가슴 작아서 탈락’, 'XX 싼티 나네', ‘몸매 후덜덜’ 등 욕설과 음담패설이 가득했다”고 토로했다.

B씨는 “얼굴 공개를 허용한 건 맞지만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얼굴과 몸매 품평의 대상이 되는 걸 허용한 건 아니다”며 “지인들이 가끔 영상 URL과 함께 ‘여기 나오는 거 너야?’라는 연락이 오는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고 지적했다.

동의 없이 촬영된 얼굴과 신체가 드러난 영상이 유포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여기에 욕설과 성희롱까지 더해진다면 심각한 범죄임은 분명하다. 이런 점이 문제가 되자 일부 BJ들은 영상 게재 시 ‘모자이크, 삭제 요청은 이 메일로 보내달라’며 공지를 띄우고 있긴 하지만 실시간 방송에서는 모자이크가 불가능해 일반인들이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삭제요청이나 이의제기가 없다면 영상은 계속 유포된다.

이 같이 불법성이 농후한 콘텐츠들이 무차별적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1인 미디어 플랫폼의 원조 격인 아프리카TV는 불법 촬영 BJ에 대해 경고 조치를 취하고 경고가 누적되면 퇴출하는 정책을 부랴부랴 내놨지만 BJ들이 규제가 다소 약한 해외 플랫폼 유튜브, 트위치 등으로 옮겨가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다.

BJ들도 문제점은 인식하면서도 인기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다. BJ가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돈벌이 수단이 된 것이다. 길거리 방송 콘텐츠를 진행하는 한 유명 BJ는 “내 방송을 보는 사람 80%가 남성이라 화면에 여자가 없으면 (시청자들이)다 나간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한편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자 지난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길거리 인터넷 방송 금지 해주세요’란 제목의 글도 올라왔다. 방송에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아도 뒤에서 걸어가는 모습, 옆모습조차 찍히는 게 싫고 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국민들도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해당 청원은 29일 오전 11시 기준 3400명 이상의 동의를 얻고 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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