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공부하는 학생 운동하는 선수' 정규영 회장
8회째 맞은 국제 엘리트 대학펜싱선수권 소회 밝혀
"외로운 싸움이지만 옳다고 믿어…중국에 넘긴 대회 다시 열고 싶다"
[상하이(중국)=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우리나라에서 매도당했던 행사가 중국에서 크게 환영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23일 중국 상하이의 국제 엘리트 대학펜싱선수권대회장에서 만난 사단법인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의 정규영 회장은 올해로 8회째를 맞은 대회를 돌아보며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스탠퍼드대 펜싱협회장을 역임한 그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미국의 학생선수 모델을 우리나라에 접목하기 위해 2011년부터 이 대회를 시작했다.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 컬럼비아, 프린스턴 등 미국 명문대 펜싱부 학생선수들을 우리나라로 초청해 국내 대학생 선수들과 실력을 겨루는 무대를 만든 것이다.
22일 중국 상하이 황푸강 유람선에서 열린 '2018 국제 엘리트 대학펜싱선수권대회'에서 중국과 한미 연합팀이 남녀 단체 결승전을 하고 있다./상하이(중국)=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이 행사는 5회 대회까지 우리나라에서 열렸으나 2016년부터 중국으로 개최지를 옮겼다. 국내 펜싱계 일각에서 이 행사에 비리가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2014년 어느 지방자치단체가 우리 행사 취지에 공감해 비용을 지원했지요. 그런데 제가 그 예산을 전용했다고 일부 펜싱인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신고를 했어요. 결국 감사까지 받았는데 어떠한 혐의도 드러나지 않았지요."
국내에서 내몰린 행사는 중국에서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고 있다. 2016년부터 중국과 일본의 대학 펜싱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규모를 키웠고, 올해는 헝가리와 체코에서도 자비를 들여 출전했다. 도널드 앤서니 국제펜싱연맹(FIE) 부회장 겸 미국 펜싱협회장은 "각 나라의 대학생들이 경기와 문화체험을 통해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서로 다른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이 대회가 주는 효과는 상당하다"며 "FIE에서도 8년 동안 이어온 이 행사의 저력을 주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 회장은 국내 체육계의 파벌문제와 학생선수 입시비리 등 끊이지 않는 논란을 언급하면서 "국제대회 메달과 국가대표 선발에만 모든 초점을 맞추는 엘리트 시스템이 기득권을 형성하고 갈등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표 선발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동호인부터 전문 선수까지 성별,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대회로 전환해야 이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처럼 공부하는 학생선수 시스템이 활성화돼야 클럽 중심의 자율경쟁이 가능해지고, 선수 저변도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정 회장은 "2020년이면 이 대회가 10주년을 맞는다. 당장은 제약이 많겠지만 10회를 기념하는 행사만큼은 꼭 우리나라에서 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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