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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a]10년이 지나도…여전히 불행한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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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호 '생애의 발견' 개정판

[Economia]10년이 지나도…여전히 불행한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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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시간의 연속성 속에서 자신을 발견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경험을 이야기로 빚어내고 그 의미가 타인에게 공명될 때, 인생은 살맛이 난다."

'살맛나는 인생'이란 무엇일까.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누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김찬호의 '생애의 발견'이 2009년에 이어 10여 년 만에 개정판이 나왔다. 그는 이 책에서 '성찰과 소통'을 강조한다. 살맛나는 인생을 원한다면, 스스로 유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는 인생 여정을 찬찬히 따라가 보기를 권한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가 놓쳤던 부분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판은 새로운 판형과 디자인이 눈에 띈다. 책 내용 중 언급된 통계를 업데이트하고 시의성이 떨어지는 사례들을 교체했다. 무엇보다 변하지 않는 건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그는 여전히 "우리 인생에 삶이 없다"며 "삶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다. 물리적인 시간과 생리적인 연명을 넘어 의미를 빚어내는 것이 삶"이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여전히 한국인이 불행한 이유는 시간에 쫓기고 거대한 체제에 의해 관리되면서 모든 '순간'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덧붙인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구체적이고 세밀한 이야기를 위해 생애의 매 단계를 크게 열다섯 장면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굳이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원하는 부분부터 참고해도 된다. 1부에서는 유년기부터 30대까지를 '성장과 자립'이라는 측면에서 다뤘다. 2부 '남과 여'는 연애, 싱글, 결혼식, 부부, 외도 등 다섯 장면으로 구성됐다. 3부 '양육과 노화'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풀어냈다.

저자는 우리 교육 시스템에 대해 변화를 촉구한다. 그는 "이제 학교만이 아니라 사회 자체가 청소년들의 성장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다른 말로 해서 학교의 개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교육의 과업을 학교가 모두 떠맡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시민사회의 여러 주체들이 나서서 책임을 나누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청소년기의 학습이 시간적으로는 대학 입시라는 목표 이상으로 확대되고, 공간적으로는 학교라는 제도적 울타리를 넘어 시민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긴 안목을 요구한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는 법이다.
김찬호는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초빙교수다. 사회학을 전공했고, 일본의 마을 만들기를 현장 연구하여 박사논문을 썼다. 대학에서 문화인류학과 교육학을 강의하고 있다. 학교에만 머물지 않았다.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부센터장을 지냈고 현재 교육센터 마음의씨앗 부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교단과 현장에 모두 경험한 점은 이 책이 단순히 저자의 이론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우리가 흔히 겪는 '연애'에 대해서도 본질을 본다. 복잡하고 빠른 현대를 살아하는 이들에게 연애는 일종의 '존재감 확인'으로 봤다. 그는 "스스로의 뜻대로 삶을 꾸리지 못하고 정체성이 희박해지는 시대에, 연애는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처럼 여겨진다. 명령과 위계의 경직된 질서를 벗어나, 자유롭게 표현하고 소통하는 해방구가 거기서 발견된다. 그 안에서 자신은 온전한 인격체로, 더 나아가 유일하고 특별한 사람으로 확인된다. 사랑은 그러한 상호 승인을 향한 열렬한 소통"이라고 지적한다.

"삶과 죽음은 항상 함께 있다. 생명체는 그 자체로 늘 죽음을 내포하고 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죽음을 향해 계속 달려가고 있다. 또한 살아 있는 사람들 주변에는 늘 죽은 자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유품이나 묘소가 그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죽음을 멀리해왔다. 화장터나 납골당이 극도의 혐오 시설로 여겨지는 데서 알 수 있듯, 죽음은 매우 불길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는 이제는 가족의 죽음도 가까이에서 접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한다. 임종이 주로 병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어린아이들에게 죽음은 실존이 아니라 인터넷 게임이나 영화 같은 가상현실에서 오락으로 경험된다. 그래서 늙음은 망각되고 자신의 죽음이 의식되지 못한다고 통찰한다. 이쯤 되면 살맛나는 인생이 되지 않는 이유가 너무도 많다.

이번 개정판이 반가운 이유는 역설적으로 여전히 살맛나지 않는 우리 사회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초판이 나온 2009년과 이번 개정판이 나온 2018년은 별로 나아진 점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고 싶어도 솔직히 확신이 없는 게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첨단 기술의 발전과 기대 속에서 우리 생애는 소외감과 외로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책의 부제는 '한국인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언제쯤 우리는 '살맛나게 살고 있어요'라고 답할 수 있을까.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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