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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까지 더위먹었다…배달료 인상·폭염에 '부글부글' 지갑 닫은 소비자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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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비 비싸 부담…배달고객 줄어
역대급 폭염에 해외휴가객 급증
해외휴가객 급증까지 가맹점주 한숨 늘어
치킨까지 더위먹었다…배달료 인상·폭염에 '부글부글' 지갑 닫은 소비자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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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회사 동료들과 틈만 나면 치맥(치킨+맥주)을 즐겼는데, 이제는 재난 수준 폭염 때문에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졌어요. 집에서 혼자 배달해먹기에는 비싼 치킨값, 배달료가 부담스러워 안 먹고 참게 되더라고요."
'치킨 마니아'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치킨 애호가였던 직장인 김모 씨는 최근 한 달 사이 치킨을 먹어본 기억이 없다며 이같이 한숨 쉬었다. 즐겨 먹던 모 브랜드 치킨이 지난 5월부터 2000원 상당의 배달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1인 가구인 김씨에게 2만원 상당의 치킨값은 너무 부담스러워진 것이 사실이다.

치킨업계 종사자들의 한숨도 덩달아 늘었다.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A 치킨전문점 사장 이모 씨는 요즘 아르바이트생 해고를 놓고 고민 중이다. 예년같으면 여름 대목철에 매장을 방문해 치맥을 시켜먹거나 배달해 먹는 사람들이 빗발쳤지만 올해 들어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오른 배달료에 주문이 크게 줄어서다. 또 올해 폭염까지 겹치며 매장을 찾는 고객도 눈에 띄게 줄어 맥주 매출도 덩달아 죽을 쑤고 있는 상황이다. 이 씨는 "지난 6월 월드컵 열기가 한창일 때 매출이 반짝했지만 지금은 그나마 몇 안되는 배달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배달앱에 부담을 느낀 고객들이 배달료를 안 받는 외식을 주문하는 데다 워낙 더워서 그런지 치맥 주문도 크게 줄었다"면서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데 인건비라도 덜기 위해 내가 직접 배달을 할까 생각 중"이라고 한숨 쉬었다.

'국민 간식'으로 불리며 성장세를 키워온 치킨업계가 불황과 폭염에 고개를 숙였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주52시간제 도입 등으로 올 상반기 외식업 매출이 6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가운데 치킨업계도 배달비 인상 여파로 매출이 정체되고 있는 것. 여기에 대목인 여름철에 역대급 폭염까지 덮치며 하반기 매출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B 치킨전문점의 올해 상반기(1~6월) 매출은 12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딱 절반 수준이다. 같은기간 C 치킨전문점의 매출 역시 1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400억원이었다. 치킨업계가 해마다 평균 두 자릿 수 이상 매출 성장세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악화된 수치다.
치킨까지 더위먹었다…배달료 인상·폭염에 '부글부글' 지갑 닫은 소비자들 (종합) 원본보기 아이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국내 주요 치킨브랜드 가맹본부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 5년 평균 매출액 증가율의 경우 bhc가 26.4%나 늘었고 교촌치킨이 17.7% 늘었다. 굽네와 네네치킨도 14%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경기 침체 여파에 따라 외식업 경기가 악화된 데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배달료까지 추가되면서 치킨가맹점의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 더욱이 주52시간제 시행과 폭염, 해외 휴가객이 급증한 지난달부터는 매출이 더욱 나빠졌다.

D 치킨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배달비를 받기 시작한 뒤부터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대표적인 배달 음식으로 그동안 무료로 받다가 이용료를 달라고 하니 아예 배달비를 안 받는 곳을 찾거나 다른 메뉴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점주는 "배달앱 수수료가 올라 어쩔 수 없는데 매출이 줄어드니 되레 가져가는 돈은 더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

B 치킨 가맹본부 관계자는 "배달료 때문에 주문고객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폭염 때문에 배달인구가 많을 것이라고 추정하지만 해외로 휴가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배달도 크게 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 섭씨 40도에 육박한 폭염이 본격화된 지난달 중순부터는 매장 방문 고객들이 크게 줄면서 매출도 꺾였다. D 치킨 가맹점주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어느정도 매장 고객들이 많았는데 찜통더위가 시작된 이후 손님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여행가는 사람들이 급증한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C가맹본부 관계자는 "여름에 해외로 나간 휴가를 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대목장사도 옛말이 됐다"면서 "폭염의 경우 더우면 많이 배달시킬 줄 아는데 그것도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특히 외식 경기 침체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국내 3000여 개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분기 외식업 경기지수는 68.98로 1분기(69.45)에 비해 0.47포인트 떨어졌다. 경기지수가 100을 넘으면 경기가 나아졌다고 보는 업체가 더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D 치킨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올해 외식업 전체의 경기가 좋지 않아 지난해 이맘때와 비슷한 정도의 매출에 머물렀다"며 "상반기에 월드컵이 있었기에 그나마 매출 정체 정도로 선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치킨을 포함한 외식업 전체의 상황이 당분간 좋아지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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