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Latests] 팔과 다리의 가격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선뜻 믿기지 않는 한 청년의 파란만장한 이야기. 이야기의 주인공은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달리는 기차에 뛰어 올라 석탄을 훔쳐야 했고, 기차가 멈추기 전에 기차에서 뛰어내려야 했다. 그러나 그것도 힘이 있어야 하는 일이었다. 너무 굶주려서 발을 헛디딘 그는 석탄을 운반하는 화물열차의 바퀴에 한 팔과 한 다리를 잃었다.

한 팔과 한 다리를 잃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소년은 꽃제비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책은 두만강을 건너 중국과 라오스를 거쳐 남한으로 오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했다. 장강명으로 하여금 이 책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은 생존을 위해 한 팔과 한 다리로 중국의 어두운 밤거리를 뚫고 라오스의 메콩강을 넘은 이 청년이 부르는 노래 한 곡이었다.
‘사나운 파도를 넘어 네가 닿은 포구는 어디...’ 북한영화 [곡절 많은 운명]의 주제가를 부르며 청년은 자신들도 굶으면서 아사 직전의 소년에게 옥수수와 김치를 나눠주던 사람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장강명은 이 청년이 쓴 수기를 읽고, 그의 이야기를 받아 적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책의 주요 배경이 되는 ‘고난의 행군’에 대해 분명한 견해를 가지고 있지만 책에 쓰지 않았다. 한국 사회의 정치·이념 지형에서 북한 문제는 진영 간 정쟁 소재로 소모되다가 갈피를 잃기 일쑤인데 이 책이 그런 길을 걷지는 않았으면 한다.”

책이 말하려는 것은 한 청년의 잘려 없어진 한 팔과 한 다리의 가격이 아니라 아직 가지고 있는 한 팔과 다리의 힘에 대한 것이다. 한 팔과 한 다리의 힘으로 밀고 가는 불굴의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굶주린 소년이 석탄으로 알고 훔쳐온 아무 가치도 없는 잡석을 사주었던 할머니의 마음이 독자를 울리고,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가물거리는 희망이 된다.
(장강명 지음/아시아)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 어도어 이사회 물갈이…민희진은 대표직 유임 (상보) 김호중 검찰 송치…음주운전·범인도피교사 혐의 추가 [포토] 북한탄도미사일 발사

    #국내이슈

  • 트럼프 "나는 결백해…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버닝썬서 의식잃어…그날 DJ는 승리" 홍콩 인플루언서 충격고백 안개 때문에 열차-신호등 헷갈려…미국 테슬라차주 목숨 잃을 뻔

    #해외이슈

  • [포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현충일 [이미지 다이어리] '예스키즈존도 어린이에겐 울타리' [포토] 시트지로 가린 창문 속 노인의 외침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다'

    #포토PICK

  • 베일 벗은 지프 전기차…왜고니어S 첫 공개 3년간 팔린 택시 10대 중 3대 전기차…현대차 "전용 플랫폼 효과" 현대차, 中·인도·인니 배터리 전략 다르게…UAM은 수소전지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심상찮은 '판의 경계'‥아이슬란드서 또 화산 폭발 [뉴스속 용어]한-UAE 'CEPA' 체결, FTA와 차이점은? [뉴스속 용어]'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속도내는 엔씨소프트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