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D-1]누가 먼저 총쏘나 눈치싸움…中 "먼저 시작 안해"

[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오는 6일 미국과 중국 중 누가 먼저 25% 관세 발효 '총알'을 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양국은 6일부터 서로 340억달러(약37조9000억원) 규모의 수입품에 25% 관세를 매기기로 예고한 상황이지만 12시간 시차가 있어 누가 먼저 방아쇠를 당기느냐를 놓고 눈치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무역전쟁을 치를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미국 보다 먼저 방아쇠를 당기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언제 대(對)미 관세부과를 발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중국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며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매기면 중국은 필요한 조처를 해 중국의 합법적인 권익을 결연히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무원 역시 4일 밤 성명에서 "중국은 선제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보다 앞서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의 이러한 입장은 미국 보다 먼저 관세부과를 발효시켜 무역전쟁 방아쇠를 당겼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양국이 똑같이 자국시간 기준으로 6일 0시에 관세부과를 시작할 경우 중국이 미국 보다 12시간 앞선 시차 때문에 워싱턴 시간으로 5일 낮 12시에 발표를 하는 셈이 된다. 이럴 경우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이 먼저 무역전쟁을 도발한 것처럼 보여질 수 있다.

중국이 선제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미국이 예정대로 6일 자정에 관세부과를 시작하면 중국은 이를 확인한 후 중국시간 기준 6일 정오부터 같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통상 관세부과 시점을 하루 시작점인 0시를 기준으로 했던 중국이지만, 이번엔 정오부터 관세부과가 시작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미국이 실제 먼저 관세를 발효시키는지를 보고 똑같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선제적으로 미국 기업 압박 조치들을 취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될 무역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이미 중국에서 통관 지연을 경험하며 보복조치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미국산 체리가 중국 세관에서 일주일간 묶여 훼손돼 미국으로 반송되는가 하면 미국산 동물사료도 검역 강화로 통관이 늦어져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작위로 진행됐던 미국산 자동차의 중국 통관 검사도 지난 한달간 검사 받는 경우가 98%나 증가할 정도로 까다로워졌다

중국인들의 미국 관광 제한과 미국 제품의 중국 내 판매 금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지난달 28일 미국 관광에 나서는 중국 여행객들에게 "미국 치안이 불안하다. 총격, 강도, 절도 등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문을 올렸다. 전체 매출이 절반을 중국에서 거둬가는 미국 반도체 대기업 마이크론은 D램, 낸드플래시 관련 26개 제품의 중국 내 판매가 금지됐다.

미국 비영리기구인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 제이크 파커 중국업무 부대표는 "(보복조치와) 관련 있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고, 고율 관세 부과 조치로 미국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중국 진출 미 기업 경영진들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적대적 규제 환경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500억달러 상당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면서 이 중 340억 달러 규모의 818개 품목에 대해서는 6일부터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액수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를 거쳐 발표하기로 했다. 중국도 같은 날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면서 역시 340억달러 규모에 대해서는 6일부터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한 관세 시행은 추후 발표할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