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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호날두, 메시, 한국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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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군에 있는 아들에게 면회를 가면서 서울역에서 귀 아래 목덜미에 자신의 이름을 타투로 새긴 군인을 발견하곤 격세지감을 느꼈다. 그때의 복잡했던 감정이 러시아 월드컵에서 세계적 축구 스타 호날두와 메시가 보여준 최근의 경기 결과와 함께 두 스타의 희비가 엇갈린 표정들을 소개하는 보도들을 읽으며 되살아나 새삼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필자는 학교법인에서 운영자로 근무하면서 법인 산하의 선생님들에게 기본 교육의 중요성을 줄곧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인기 프로그램 '1박2일'을 비롯한 여러 예능 프로에서 성공을 거둔 나영석 PD의 평범한 패션이나 머리 모양을, 수많은 프로모션이나 광고 기획사 등에서 근무하는 종사자들의 꽁지머리나 턱수염, 눈에 확 띄는 머리 모양 등과 비교한 다음 "기획력이란 턱수염이나 꽁지머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는 주장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무리한 면도 있지만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을 때가 자주 있다. 그래서 이런 주장을 하고 나면 한동안 마음이 편치 않다. 나 PD가 근무하는 방송국의 복무규정이 그런 것을 요구하고 있는지 모른다. 개성 넘치는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의 심기를 다치게 했을 수도 있다. 겉모습으로 한 사람의 내면을 짐작하기란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닌가. 나의 이러한 태도는 내가 받은 교육의 결과이리라.

내가 월드컵을 즐기는 방법도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호날두는 헌혈을 하기 위해 타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그가 월드컵 사상 최고령 해트트리커가 됐다는 사실은 나를 흥분시킨다. 화려한 타투를 한 메시의 부진과 맞물려 더 눈에 띈다. 페널티킥을 실축한 메시의 마음이 어땠을까. 물론 월드컵은 이제 시작되었고, 메시는 남은 경기에서 소나기골을 넣을 수도 있다. 필자는청소년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두 사람 모두 청소년들에게 본보기가 될 미덕이 있다는 점을 밝혀 둔다. 메시도 성장장애라는 고통을 딛고 일어서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인간 승리의 표본이 아닌가.

나는 호날두의 팬이다. 메시가 호날두를 앞선다는 주장을 여러 사람에게서 들었지만. 호날두는 피치에 올라 포르투갈의 국가를 들을 때 정면을 바라보지 않고 비스듬히 선다. 나는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신문 기사를 읽고 답을 알았다. 호날두는 포르투갈의 국가가 나오는 스피커가 아니라 펄럭이는 포르투갈의 국기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경의를 표했다는 것이다. 그 모습에서 호날두의 애국심이 깊고도 절실함을 느낀다.
유럽에서 스포츠 스타의 삶이란 나그네의 삶, 조국을 떠나 줄곧 타향을 떠도는 자의 삶이다. 어찌 조국과 가족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없겠는가. 나는 호날두를 통하여 기본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고 인간에 대한 존중과 나라 사랑을 떠올렸다. 또한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이룩한 최선의 결과가 무적함대 스페인 팀을 겸손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상상했다. 그의 팀도 이기지는 못했지만 호날두는 그만의 승리를 거뒀다고 보았다.

한동안 초여름 밤잠을 설치게 생겼다. 월드컵의 열기가 한 달이나 계속될 테니까. 어젯밤 우리 팀의 첫 경기 결과는 0-1 패배. 유효슈팅이 하나도 없는 불리한 경기를 보고 전문가들은 '빨간불이 켜졌다'고 했다. 우리 대표 팀 앞에 빨간불이 켜지는 게 드문 일이던가. 다만 호날두가 보여준 그 치열함과 집중력을,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의 '산소탱크' 박지성 선수가 현역 시절에 보여줬던 헌신을 다시 보고 싶을 따름이다.

임호순 충남삼성학원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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