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비핵화 합의 위해 한 번 넘게 회담 필요"(종합)

김영철-폼페이오 회담 후 첫 발언
문 대통령 싱가포르行 영향 촉각

[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이민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북한과 비핵화 합의를 하기 위해서는 한 번 넘게 회담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 모금행사를 위해 텍사스주(州)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다음 달 12일 열리길 희망하고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에도 기자들에게 "회담이 의미가 있길 원한다. 그것은 한 번의 회담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아마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회담)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 이행 상황에 따라 남·북·미 정상회담 등을 추가로 열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로 향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북·미 정상회담 직후 남·북·미 정상회담을 열어 종전을 선언하는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전초전 격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이날 뉴욕 회동에서도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상당 부분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고위급 회담 결과에 대해 "(정상회담의) 조건들을 설정하는 데 있어 지난 72시간 동안 실질적 진전이 이뤄졌다"면서 "세계의 흐름을 바꿀 일생에 한 번 뿐인 이 기회를 잡을 수 있으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과감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김 위원장이 그 같은 결단을 내릴수 있는 지도자라고 믿는다"며 "앞으로 수주 또는 수개월간 우리는 그것이 이뤄질 수 있는지를 시험해보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미 간의 다각적인 실무접촉에서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지만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최종 합의에 이르려면 비핵화 문제를 놓고 김 위원장이 정상 차원에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그들(북한)이 과거에는 준비해본 적이 없는 전략적 변화를 이뤄낼 수 있는 미래로 향한 길을 숙고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그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걸어온 길과 근본적으로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정상회담 최대 목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미국의 목표를 매우 일관되고 분명하게 알려왔다"면서 "그것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의 비핵화"라며 CVID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