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감 타래의 감들만 반짝인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지나는지
오후는 주홍빛으로 말랑해진다
압력 밥솥 김빠지는 소리가
기우뚱 집을 흔든다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 하고
우두커니, 현관에 서 있는 사이
무릎이 무거워진다
미루어 놓은 말들도
지워졌으면 싶은데
이치(理致)도 없이 한 아홉 살쯤을
이어 살고 싶어진다
다녀왔습니다,라는
밥그릇 같은 말도 없이
■나는 아직 어머니가 없는 빈집을 상상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시의 막막함을 다른 말로 풀어 제대로 전할 수가 없다. 다만 얼마나 그리우면 "살아도 못 살아 본 것처럼" "이치도 없이 한 아홉 살쯤을" "이어 살고 싶"다고 말할까 자꾸 헤아려 볼 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평생 동안 내가 수없이 무심하게 툭툭 던졌던 "다녀왔습니다"라는 말이 그저 빈 "밥그릇"만 같지는 않았을까 못내 죄스러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를 생각하면 따뜻한 "밥그릇"부터 떠오르니 언제나 철이 들까 자책만 차곡차곡 쟁인다. 에잇, 모르겠다. 오늘은 어머니 앞에 앉아 괜히 헤벌쭉 웃으면서 반찬 투정이나 해야겠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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