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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회장 별세]어록으로 본 LG…인화와 정도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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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화의 리더십, 정도 경영
재벌 갑질 부정적 여론속에서
존경할 수 있는 기업인 꼽혀
2015년 12월 마곡 LG사이언스파크 건설 현장에서 구 회장(가운데)과 하현회 (주)LG 부회장(오른쪽)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2015년 12월 마곡 LG사이언스파크 건설 현장에서 구 회장(가운데)과 하현회 (주)LG 부회장(오른쪽)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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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국민과 사회로부터 존경 받는 기업이 됩시다.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경영 시스템을 혁신하더라도, 사회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영속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하는 활동 하나하나가 더 나은 고객의 삶을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모든 일에 임해야 하겠습니다." (2017년 신년사)
"동반성장의 성공 여부는 우리가 얼마나 베풀었느냐가 아니라, 협력회사가 실제로 경쟁력을 키워 기업 생태계가 얼마나 튼튼해 졌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2011년 임원세미나)

구본무 회장을 가장 잘 설명하는 키워드는 '인화의 리더십'과 '정도 경영'. '갑질', '불법' 등 재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한가운데 구 회장이 쓰러졌다는 기사에는 "얼른 쾌차하길 기원한다", "오랜만에 존경할 수 있는 기업인"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구 회장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표현되는 재벌처럼 20대에 임원으로 들어온 게 아니라 20년 간 현장을 두루 경험한 뒤 그룹 회장에 오르면서 LG그룹 전반에 이런 경영 철학을 확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화의 리더십 = 구 회장은 1975년 럭키(현 LG화학)의 과장으로 입사한 뒤 심사과장, 수출관리부장, 유지총괄본부장 등을 맡으며 현장에서 직접 실무를 익혔다. 그렇게 6년을 지낸 뒤 1981년에 당시 금성사(현 LG전자)의 이사로 승진하며 경영활동을 시작했다. 럭키에 입사한 지 15년이 된 1989년에 LG그룹의 부회장이 됐으며 회장이 되기까진 다시 5년이 걸렸다. 그러다 보니 재벌이라는 권위 보다는 소탈한 인화의 리더십을 가진 최고경영자(CEO)가 된 것도 이 같은 성장 과정 때문이다.
LG 관계자는 "여름에 냉면을 먹으러 갔는데, 회장님이 오셔서 직원들의 밥값을 다 내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격식을 따지는 것도 싫어한다. 넥타이를 매지 않는 캐주얼한 스타일로 그룹 임원들과 어울려 토론하기도 한다. 거창한 의전을 따지지도 않고 홀로 외부 행사에 참석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구 회장은 "각자 자신들의 위치에서 맡은 바 업무를 잘해야지 자신을 챙기는 데 신경을 쓸 여유가 어디 있느냐"고 말한다.

정도경영 = 정도경영은 1995년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줄곧 추구해 온 경영철학이다. '꾸준한 혁신을 통한 실력배양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자'는 행동방식을 말한다. 구 회장은 "경쟁방식에 있어서는 부당ㆍ편법이 없는 정당한 경영활동으로부터 실력에 기반한 정정당당한 경쟁으로 나아가야 하며, 조직운영 방식에 있어서는 공평한 기회 제공, 성과에 따른 공정한 평가ㆍ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2017년 신년사를 통해 "국민과 사회로부터 존경 받는 기업이 되자.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경영 시스템을 혁신하더라도, 사회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영속할 수 없다"며 "우리가 하는 활동 하나하나가 더 나은 고객의 삶을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모든 일에 임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2011년 신임임원과의 대화에서는 "이제부터 협력회사와의 갑을 관계는 없다"고 말했으며, 다음해에는 "담합은 사회적 문제이기에 앞서 정도경영을 사업의 방식으로 삼고 있는 우리 스스로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밝히면서 정도경영의 의지를 드러냈다.

LG의 경영철학인 '일등주의' 역시 이런 정도경영의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구 회장은 강조한다.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돼선 50년, 100년간 지속될 수 있는 일등 기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구 회장은 LG를 2003년 3월 국내 대기업그룹 최초로 선진형 기업지배구조인 지주회사체제를 확립했다. 그동안 한국의 재벌들은 순환 출자를 통해서 사업을 다각화하고,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강화해왔다. 하지만 LG는 외환위기 이후 지주회사 금지 규제가 풀리자 지주회사를 설립을 통해 지배구조의 투명화를 이룩했다. 이후 LG식 지주회사는 기업 지배구조의 모델이 됐다. 그와 동시에 구 회장은 LG, GS, LS, LIG 등으로 기업분할도 큰 문제 없이 이뤄냈다.

시장선도와 인재경영 = 구 회장은 2012년부터 '시장 선도'를 경영 화두로 제시하고 한 발 앞선 기술과 남다른 생각으로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상품을 반드시 만들어 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재'다. 구 회장은 '웬만해선 사람을 내보내면 안 된다'는 인화 정신을 바탕으로 핵심 인재 유치에 직접 나서고 있다. 2016년에는 석ㆍ박사급 R&D 인재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채용설명회인 'LG테크노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직접 찾았다.

지난해 테크노 컨퍼런스에서 그는 "여러분처럼 우수한 인재들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싶다. 서울 마곡에 들어설 첨단 융복합 연구단지에서 한껏 창의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마곡 LG사이언스파크는 구 회장의 인재 경영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구 회장은 4조원을 투자해 LG전자 , LG디스플레이 , LG이노텍 등 8개 LG계열사들의 연구 인력 2만2000여명이 입주해 차세대 기술을 연구하게 될 공간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구 회장은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을 통해 조직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세탁기를 글로벌 1위로 키운 사상 첫 고졸 사장인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대표적 사례다. 조 부회장은 공업고등학교 출신으로 입사 후 30년 넘게 세탁기 개발에 몰두하며 세탁기 세계 1등의 신화를 만든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조 부회장이 다른 기업에 있었다면 부회장이란 자리까지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지는 의문이라는 업계의 의견이 많다.

구 회장은 2012년 9월 임원세미나에서도 "조건이 맞지 않아 인재를 확보하지 못했다던지 직원들을 실망시키거나 LG를 떠나게 하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며 "시장선도와 관련된 성과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정받고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뚝심이 만든 세계 1위 = 디스플레이, 2차 전지, 통신 사업 등이 구 회장의 뚝심으로 이뤄낸 대표 사업이다.

1998년 반도체사업의 유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구 회장은 당시 LG전자와 LG반도체가 각각 영위하고 있었던 TFT-LCD사업을 따로 분리, 별도의 LCD 전문기업인 'LG LCD'를 설립하고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매각한 '반도체 빅딜'을 추진했다. 반도체 빅딜이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로 이뤄지긴 했지만, 구 회장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보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도체 빅딜 직후 LG는 1년이 넘는 협상 끝에 1999년 5월 네덜란드 필립스로부터 민간기업 사장 최대 규모인 16억달러의 외자유치에 성공, 3개월 후 합작 법인인 LG필립스 LCD가 출범했다. 신규 투자로 예상되는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고, LCD 시장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며 충분한 공급 능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필립스와 결별, 2008년 단독 법인인 LG디스플레이가 출범한 이후 LG디스플레이는 LCD 패널 세계 1위로 거듭난데 이어 미래먹거리로 OLED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이뤄졌다.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도 구 회장의 대표 업적이다.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며 주목받고 있는 2차전지의 경우 구 회장이 1992년부터 시장 선도를 외치며 시작, 20년이 넘는 연구개발 끝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쳐 LG의 주력 사업으로 성장했다.

또 LG는 1996년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하고, 2000년 유선사업을 인수하면서 뒤늦게 통신사업에 뛰어들었지만 LTE로의 과감한 전환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사업자로 부상했다. LG유플러스는 2010년 말 경쟁사보다 빠르게 LTE 투자를 착수, 이듬해 7월 세계 최초 LTE 상용화에 성공했다. 상용화 9개월 만에 전국망 구축에 성공하는 등 이동통신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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