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노태영의 무대읽기]매트릭스 세계, 무대 속으로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안무가 신창호, 5월 10~12일 LG아트센터서 '맨 메이드' 공연

[노태영의 무대읽기]매트릭스 세계, 무대 속으로
AD
원본보기 아이콘


무용수 박혜지(오른쪽), 이요음이 인터뷰에 앞서 주요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무용수 박혜지(오른쪽), 이요음이 인터뷰에 앞서 주요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무용수 박혜지(오른쪽), 이요음이 인터뷰에 앞서 주요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무용수 박혜지(오른쪽), 이요음이 인터뷰에 앞서 주요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무대 위에 선 두 무용수의 움직임은 거울에 비친 듯 정확히 일치한다. 손과 팔을 쭉 펴는 큰 동작, 허리를 뒤로 젖히는 모습이 낯익다. 한 무용수는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착용했다. 헤드셋을 착용한 무용수의 움직임을 다른 무용수가 동시에 재현하고 있다. 국립무용단이 오는 10~12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할 안무가 신창호(41)의 새 작품 '맨 메이드'(Man made)다.

인간과 인간이 만든 매체의 교감이 맨 메이드의 주제다. 신창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사는 인간의 의미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류 최초의 가상현실이라 할 수 있는 벽화를 시작으로 현실과 가상이 혼재된 혼합현실(MR)을 아우른다. 여섯 장으로 구성된 이번 작품에서 무용수 스물네 명이 한 픽셀로 기능하며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한다.

안무가 신창호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안무가 신창호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신창호는 가상현실을 주제로 한 새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영화 '매트릭스'를 떠올렸다고 한다. 1999년 5월에 개봉된 이 영화는 전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서기 2199년, 인류는 인공지능(AI)에 의해 가상현실(매트릭스) 속에서 살게 된다. 영화는 매트릭스에서의 삶이 거짓임을 깨달은 인간들과 AI의 사투를 세 편에 걸쳐 그렸다.
신창호 안무가는 오랫동안 영화 매트릭스에 꽂혔다. 이야기도 배우들의 움직임도 새로움을 넘어 낯설었다. 그는 "매트릭스에서 영감을 받아 일부 장면에 응용했다"고 귀띔했다. "시리즈 3편의 마지막 장면인데 주인공 네오가 실명한 상황에서 AI 핵심에 접근한다. 앞이 안 보이기 때문에 주변 모든 것을 숫자 0과 1인 2진법으로 보는 부분을 영상으로 준비했다."

가상현실은 우리 무용계에서 드문 소재다. 모험이고 도전이지만 새로움에 목마른 신창호에게는 신세계다. 그는 2009년 최연소로 LDP무용단(laboratory dance project) 대표가 된 뒤 세 차례 연임하며 6년 동안 전국 지방 공연, 유럽투어ㆍ북미 진출 등 현대무용의 대중화와 해외 진출에 노력했다. 지금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백지상태에서 시작했어요. 지난해 첫 미팅 때 예술감독이 '작품을 구상해 놓은 게 있냐'고 묻기에 2주간 시간을 달라고 했죠. 제목도 제가 정했는데요. 인간과 조화를 키워드 삼아 '맨'을 떠올렸고 '메이드'는 사람이 만들 수 있는 미적 감각을 그려보자는 생각으로 정했습니다. 가상현실 세상이 오더라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신창호는 "과학기술 등을 융합한 프로젝트를 하고 싶었다. 공연계가 어디까지 진화할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공연장에 오지 않아도 예술작품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증강현실(AR)을 활용한 '포켓몬고'에 대중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봤다"며 "무용이란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을지 고민을 늘 하고 있다"고 했다.

무용수 이요음(왼쪽), 박혜지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무용수 이요음(왼쪽), 박혜지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신창호가 제시한 가상현실이란 주제에 무용수들은 당황했다. 무용수 박혜지는 "선생님께서 안무노트를 펼쳐놓고 설명해 주셨는데 이해가 안 됐다(웃음)"며 "굉장히 미래지향적인 주제라 두렵기도 했지만 흥미로운 도전이었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서 VR 헤드셋을 쓴 이요음은 "처음 착용했을 땐 모든 게 초록색과 하얀색으로 보여 위축됐지만 점차 적응이 됐다"고 했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두 무용수가 장식하기 때문에 이들의 어울림이 중요했다. 박혜지가 한예종 2년 선배로,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함께 무용하며 10년 넘게 친분을 쌓았다. 신창호는 "박혜지는 한국무용을 해 왔지만 사이버틱한 움직임에도 센스가 있어 1순위로 생각했다. 문제는 파트너였는데 이요음이 체형도 비슷하고 평소 서로 동작을 흉내 내는 등 자매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배역 과정을 설명했다. 이요음은 신창호에게서 현대무용 강의를 들었다.

신창호 안무가는 발레를 전공했던 어머니의 권유로 춤을 시작했다. 그의 이름을 알린 건 2002년 이라크 전쟁을 소재로 한 '노 코멘트'(No Comment)였다. 당시 중동 음악과 비보잉을 결합하는 파격적 시도로 국내외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독일 인스브루크 무용단 레퍼토리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안무가로서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 신창호는 "제가 전라도 광주 출신인데요. 항상 가슴에 5·18 민주화운동이 있습니다. 영화 '택시운전사'가 외부인의 시선이라는 신선한 접근으로 큰 공감을 얻었는데요. 저는 춤으로 그 분들의 넋을 위로하는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문화부 기자 factpoet@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외국인환대행사, 행운을 잡아라 영풍 장녀, 13억에 영풍문고 개인 최대주주 됐다 "1500명? 2000명?"…의대 증원 수험생 유불리에도 영향

    #국내이슈

  • "제발 공짜로 가져가라" 호소에도 25년째 빈 별장…주인 누구길래 "화웨이, 하버드 등 美대학 연구자금 비밀리 지원" 이재용, 바티칸서 교황 만났다…'삼성 전광판' 답례 차원인 듯

    #해외이슈

  • [포토] '공중 곡예' [포토] 우아한 '날갯짓' [포토] 연휴 앞두고 '해외로!'

    #포토PICK

  • 현대차 수소전기트럭, 美 달린다…5대 추가 수주 현대차, 美 하이브리드 月 판매 1만대 돌파 고유가시대엔 하이브리드…르노 '아르카나' 인기

    #CAR라이프

  • 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딸 출산 "사랑하면 가족…혈연은 중요치 않아" [뉴스속 용어]'네오탐'이 장 건강 해친다?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