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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②화학적 거세, 심리치료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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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캠페인을 지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는 사람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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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국내에서도 '화학적 거세(약물 치료)'의 효과는 어느 정도 입증돼 있습니다.

임명호 단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은 2015년 12월 화학적 거세 명령을 받고 출소한 뒤 형이 집행 중인 8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충동 조절 주사제’를 1년 이상 투여한 결과 성적인 충동행동의 조절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임 교수팀은 8명의 화학적 거세 대상자 중 6명이 출소 전부터 출소 후까지 1년 이상 꾸준히 성폭력 충동조절제(루프로렐린)를 투여받은 결과 성적환상, 태도, 충동행동에서 유의한 감소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당시 임 교수는 "화학적 거세가 성범죄 억제에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부작용과 비용입니다. 호르몬제를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만성피로, 우울증, 두통, 간기능 장애 등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남성호르몬 분비가 줄면 상대적으로 몸속의 여성호르몬 수치가 올라가 남성도 여성처럼 가슴이 나올 수 있습니다. 또 피로와 불면증으로 이어져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성적인 무능력에 빠질수도 있다고 합니다.

범죄자들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도 적지 않습니다. 화학적 거세는 대략 6개월 정도는 1개월에 1차례씩 주사하다가 그 이후에는 3개월에 1차례 꼴로 주사를 맞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최근에는 주사와 함께 복용할 수 있는 비교적 저렴한 약품도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화학적 거세는 출소 이후에도 계속되기 때문에 매일 약을 복용하는지 감시하기 위한 인력이 필요하고, 1회 투여에 최소 2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듭니다. 뿐만 아니라 투약 후 주기적으로 채혈을 통해 호르몬 검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정부는 1인당 연간 500만원의 비용이 들고, 치료에 필요한 모든 과정에 법무부 보호관찰관이 동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보통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아니지요. SNS에서 "그냥 X라 버려라"라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사회가 비용을 지불해서 성범죄자들을 교정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캐나다 교정국은 화학적 거세 기간, 정확히는 '호르몬 치료기간'을 줄이기 위해 1980년대 후반부터 화학적 거세와 가족상담, 집단상담,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약물치료를 받는 동안은 효과가 뛰어나지만 약물 치료를 끊는 순간 원상태로 돌아갈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심리치료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폭행 재범을 막겠다는 의도인데 약물 투여와 심리치료를 병행한 결과 지난 10년새 캐나다에서는 성폭행 재범률이 25%에서 15%로 줄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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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성폭행 미수범에 대해서도 화학적 거세를 할 수 있는 '성폭력범죄자 성충동약물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의 재범률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2011년 5.9%(236명)에서 2015년 10.2%(419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범죄자도 2012년 660명에서 지난해 2239명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의회는 2016년 모든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게 화학적 거세를 실시하고 성폭행범의 몸 안에 위치추적용 전자칩을 이식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또 성폭행범의 최소 형량은 징역 5년에서 10년으로 늘였습니다. 이른바 '초강력처벌법'을 마련한 것입니다.

교정비용 지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만 캐나다 교정국의 화학적 거세와 장기적 성충동 제어 교육프로그램은 세계적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학계 한 전문가는 "성폭행범의 왜곡된 성 의식을 그대로 두고 성욕만 줄인다고 성범죄가 감소하지는 않는다"면서 "성범죄자들은 법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완전범죄를 추구하려는 특성이 있다.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약물치료와 함께 반드시 심리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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