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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제갈량과 네오콘의 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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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미국 외교의 살아 있는 전설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다. 키신저는 '죽의 장막'을 제치고 중국과의 데탕트를 이뤄냈다. 탁구를 연결고리로 삼은 '핑퐁 외교'의 개척자다.

키신저에게도 필생의 라이벌이 존재한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레오 스트라우스 전 시카고대학 교수다. 두 사람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출신의 유태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키신저는 현실 정책을 감안한 실용적 외교 정책의 신봉자다. 하지만 키신저의 데탕트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신냉전 시대로 돌입하면서 막을 내린다. 그리고 신보수주의를 들고 나온 네오콘이 등장했다.

네오콘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전성기를 맞는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 언론들은 '스트라우스 스캔들'을 터트렸다. 네오콘의 사상적 배후에 스트라우스의 철학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갑자기 그가 네오콘의 대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대중들은 의아했다. 시카고대학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던 그는 이미 1973년에 사망했다. 또한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도 않아 대중과는 친숙하지 않은 인물이었던 탓이다.
네오콘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의 밀교적인 지식의 전승법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의 사상이 이중의 암호로 구성돼 소수의 제자들에게만 전해졌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스트라우스의 사상을 분석한 내용을 추려보면 대충 이렇다. 그는 바이마르공화국의 허약한 민주주의가 히틀러의 나치 체제를 탄생시켰다고 단정한다. 자유주의 사상에 대한 불신이 깊다.

따라서 '진리'는 소수의 엘리트만이 소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중들은 소수 엘리트들이 인도하는 정의, 도덕 등을 따라야 한다. 그래서 그는 대중들을 이끌기 위해 이른바 '고귀한 거짓말'이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전쟁을 통한 애국심이 대중을 통제하는 수단이라고 본다. 절제된 제국주의가 공동체를 묶어준다고 믿은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공격은 결국 거짓 정보를 부풀려 명분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스트라우스의 고귀한 거짓말 철학이 네오콘에 의해 실현됐다는 주장이 나올 만했다.

네오콘 중 강경파로 알려진 존 볼턴 전 유엔(UN)주재 미국 대사가 백악관 입성을 앞두고 있다. 그는 자신이 네오콘이 아니라고 부정했다. 하지만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를 쫓아냈다는 고사가 새삼 떠오른다. 스트라우스 스캔들은 아직도 진행 중인 걸까.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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