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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코브라'를 잡기 위해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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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우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이흥우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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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인도 식민통치와 관련해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당시 인도에는 코브라가 창궐해 사람을 무는 일이 잦았다. 이에 영국은 코브라 포획에 상당한 포상금을 걸었다. 처음에는 성공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잡아오는 코브라 수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했다. 주민들이 포상금을 노리고 코브라를 몰래 키웠던 것이다. 포상을 중단하자 주민들은 코브라를 길거리에 내다 버렸다. 결국 코브라는 더 늘어났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코브라 효과'의 유래다.

지난해 대폭 인상된 '최저임금'이 유사한 사례가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16.4% 인상된 7530원이다. 2001년 이후 16년 만에 최대 폭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정부가 이렇게 최저임금 인상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내수경제의 선순환을 위해서다. 저소득층 소득을 늘려 소비가 증가하면 기업 매출과 고용이 확대돼 내수기반이 확충된다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의 현실은 정부의 희망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듯하다. 역대 최대의 최저임금 인상 이후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 하루하루 버텨내는 영세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피해가 막심하다. 대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A씨의 경우 알바생 없이 부인과 교대로 8시간씩 교대 근무하고 있다. 노후를 준비하려고 창업했는데 남는 건 없고 오히려 골병만 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자리도 줄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저임금ㆍ저숙련 근로자에게 더 크다. 임금 인상 직전인 지난해 12월 한 달간 임시ㆍ일용직 근로자 39만여명이 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11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청년 실업률은 9.9%까지 치솟았다.
정부에서 지원책으로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내놓았지만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4대 보험 의무가입 등 신청요건 때문이다. 단기(1년) 지원금을 받기 위해 보험과 세금 부담을 떠안는 실정이다. 이달 들어 신청률이 40%는 넘어섰지만 정부의 예상치보다 못 미치고 있다.

내수회복이라는 코브라를 잡기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현장 목소리는 외면한 채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정책 실행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며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코브라를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이 정체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규제를 풀고 혁신성장의 토대를 조성해야 한다. 스마트공장 확산과 고도화를 통해 제조업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서비스산업 동반육성으로 내수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중소기업도 노동현안에만 매몰되지 않고 기업생산성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끌어올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속적인 기술개발 투자를 통해 기업의 부가가치도 높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최저임금제도 자체가 가졌던 모순도 해결해 나가야 한다. 현재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협소해 기업이 실제로 최저임금 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최근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도 최소한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에 산입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정부와 국회가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섬세하게 대안을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국민들은 코브라가 잡히길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흥우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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