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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비트코인이 묻는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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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비트코인이 묻는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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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부터 틀렸다. '어떻게 할 것인가?' 실은 이렇게 물어야 한다. '왜 탄생했나?' 비트코인, 혹은 가상통화다.


질문이 잘못되면서 온통 스텝이 꼬였다. 정부ㆍ여당은 '어떻게 차단할까'에 방점을 찍다가 지지율이 뭉텅 잘려나갔다. 거래소를 폐쇄하네 마네, 설익은 발언들을 조율하지 못한 탓이다. 그 틈에 숟가락을 들이밀었던 야당도 낭패를 봤다. 가상통화 간담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채굴'이 뭔지도 몰라 눈만 깜박이는 민망한 상황을 연출했다. 투자자도 예외는 아니다. '검은 금요일'(2월2일) 가격 폭락 이후 빠져나갈지 계속 버틸지 머리를 싸맨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어떻게'의 난립.


다시 묻는다. 비트코인은 왜 탄생했을까. 힌트는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의 논문 <비트코인:P2P 전자화폐시스템> 첫줄에 나와 있다. "완벽한 전자화폐 시스템은 온라인을 통해 1대1로 전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은 필요하지 않다."


사토시가 논문을 발표하기 한달 전인 2008년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을 선언했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들이닥쳤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후폭풍이었다. 달러의 지위는 흔들렸고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들불처럼 번졌다. 기세등등했던 월가가 세계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는 충격은 금융 산업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금융 패권의 치부를.


이런 상황에서 사토시의 등장은 필연적이었다. 비트코인이 금융 패권에 대한 '저항의 아이콘'으로 비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주목할 것은 바로 그 '저항'에 동참하는 경제학자들이 줄을 잇는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미국의 경제전문 칼럼니스트인 라나 포루하다.


그가 최근 펴낸 저서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경제를 성장시키는 자, 경제를 망가뜨리는 자'는 미국의 금융 패권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금융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을 올려주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지 않고 주택, 주식, 채권 등 이미 존재하는 자산을 증권화해서 돈을 굴리는데 전념하고 있다." 2008년 리먼 사태는 그렇게 '돈을 굴리다' 폭발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미국 10대 은행들이 보유한 자산이 미국 경제 전체 규모인 18조 달러의 3분의 2에 육박한다. 지나치게 비대해진 금융 시스템이 과식하는 사람처럼 전체 경제를 둔화시키고 있다."


신기루처럼 등장한 사토시와 라나 포루하의 장탄식은 궁극적으로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맞닿는다. 696페이지에 달하는 대작이 역설하듯 금융 자산 소득은 노동 임금을 압도한다. 기술과 노동과 창의성 대신 '돈이 돈을 버는 현상'에 대해 피케티는 "지금 추세가 지속되면 사회가 겪을 수 있는 후폭풍은 끔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지금의 금융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는 디스토피아적인 우려를 비트코인이 해소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올씨오'다. 비트코인도 이미 투기성을 안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탄생시킨 블록체인은 '게임체인저'가 될지도 모르겠다. 중앙시스템(은행)에 의존하지 않고 분산(개인과 개인, 기업과 기업)에 기댄 보안성과 투명성, 안전성, 신속성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테크놀로지를 넘어 권력의 탈중앙화, 정보의 분산이라는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4차산업 혁명의 성공여부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갈린다. 비트코인으로 시작해 블록체인이 불붙인 바로 그 질문, '왜'에서. 인공지능이니 빅데이터니 백날 떠들어봐야 소용없다. 금융개혁 없이는 기술도, 혁신도 말짱도루묵이다.

이정일 4차산업부 부장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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