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매물 실종 거래 한파
공인중개소 대부분 문 닫아
재건축 부담금 확정 단지는
실거래가보다 낮은 매물 속출
신DTI·양도세 중과 등 악재
시장 침체현상 심화 우려 속
전문가 '고온현상 지속' 전망도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몇주째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서울 송파구 신천동 L공인중개소 관계자)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8도까지 떨어진 12일 강남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다 못해 빙하기에 접어든 모습이었다. 설 연휴를 앞두고 대치동 일대 아파트 상가는 분주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곳에 3.3㎡ 남짓하게 들어선 공인중개소의 문은 대부분 닫혀 있었다. 불이 켜진 채 문이 잠긴 중개소에 전화하니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매물이 아예 없어 웃돈을 주지 않으면 거래되기 힘들다"며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매도자들이 매물을 전부 거둬들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소 관계자도 "매물이 워낙 귀하다 보니 인기가 좋은 래미안이나 SK뷰는 요즘 거래 성사 직전까지 가서 깨지는 경우가 많다"고 푸념했다.
대치동 학원가 아파트시장을 누볐던 '맹모(孟母)'들도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올해 입학을 위한 전입신고 마감시한이 끝났기 때문이다. 학원가 이용 목적의 단기 전세나 빌라 등에서만 일부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건축 부담금이 확정된 아파트 단지들의 경우 앞서 이뤄진 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전용 72㎡ 매물은 19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달 말 실거래된 매물 19억8000만원보다 떨어진 수준이다.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도 시세보다 2000만~4000만원 낮은 가격에 일부 매물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달에 거래된 매물은 단 한 건도 없다.
문제는 거래절벽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시행된 신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오는 4월 시행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다소 강도가 센 규제 적용을 앞두고 이미 대량의 선매매를 끝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9617건으로 2006년 통계 집계이래 1월 기준 역대 최대치(서울 부동산정보광장 기준)를 기록했다. 양도세 중과 등을 앞두고 매물이 대거 쏟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양도세 중과가 4월부터 시행되면 나온 매물 조차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서울 아파트 분양권의 경우 올해부터 양도세가 강화되자 1월 거래량(156건)이 전달과 전년동월 대비 각각 70.9%, 63.5%씩 급감하기도 했다.
향후 강남 집값의 방향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부동산 거래량이 줄면 통상 집값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강남' 수요가 떠받쳐 준다면 현재 수준이 지속될 것이란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 강남 아파트처럼 양도차익이 많은 지역에서는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공급의 희소성을 부각시킬 수 있어 집값은 오른 상태에서 더 내려가지 않는 '고온현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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