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핵잠수함에 AI 기술 입힌다…'인지적 우위'로 해저 전투력 증강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이 핵 추진 잠수함의 전통적인 컴퓨터 시스템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익명의 고위 과학자는 AI 기술을 추가한 핵 잠수함은 중국 해군의 해저 전투력 증강 뿐 아니라 AI 기술력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 과학자는 "핵 잠수함의 파괴력은 어마어마하지만 사실 두뇌(소프트웨어)는 매우 미약하다"면서 "핵 잠수함을 효과적으로 운용하려면 지휘관과 선원의 숙련도와 효율성이 필요하지만 (핵 억지력을 넘어 실제 핵 폭탄으로 쓰일 수 있는) 현대전에서는 이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핵 잠수함에 승선한 100~300명이 수개월 동안 어둡고 깊은 물 속에 머물러야 한다면 지휘관의 판단력 저하로 오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학자는 "AI 보조 시스템이 지휘관의 업무량과 정신적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AI 보조 시스템은 전장 환경을 스스로 평가해 해양의 염분과 수온이 음파 탐지 정확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등 각종 정보를 지휘관에게 제공한다. 또 적으로부터 위협을 사람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으며 지휘관이 고려하지 않은 움직임을 제안하기도 한다. 주민 중국과학원 연구원은 "AI는 최근 수년 동안 중국 잠수함 기술 연구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라면서 "AI는 수중 전쟁의 양상을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AI 기술을 핵 잠수함에 실제 적용하기에는 난관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과학자는 프로젝트의 도전 과제에 대해 "코끼리를 신발장에 넣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AI 시스템이 정교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핵 잠수함의 수중 작업을 수행할 능력을 갖춰야 하며 기존의 컴퓨터 시스템과의 완벽한 호환 등 기계 조작에 따른 실패 위험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주 연구원은 "제어가 어려운 AI가 한 대륙을 파괴할 정도의 핵 무기를 지닌 잠수함을 장악한다면 그 결과는 어떨지 상상이 안 간다"면서 "이는 핵 잠수함에 AI 기술을 도입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핵 잠수함에 AI 기술을 적용한다고 해도 현재 선원 규모를 줄일 계획은 없다. 이 과학자는 "AI 시스템은 중복 안전 장치일 뿐, 최종 판단은 인간의 손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핵 잠수함의 성능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많다. 최근에는 중국 해군의 최신예 핵 잠수함 한 척이 동중국해에서 작전 중 소음으로 일본 해군에 발각돼 쫓기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중국은 2020년까지 공격형 핵 잠수함을 6척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미국 해군의 잠수함 기술 연구에 관여하는 조 마리노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스텔스, 센서, 무기 등과 결합한 AI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면 미국의 수중 지배력에 심각한 위협이 될 구 있다"며 "미국도 잠수함에 AI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