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는 수천 년간 존재하였던 화폐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태동한 것으로 분명 본연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주로 온라인에서 거래되기에 전 세계 어디에서나 거래비용 없이 화폐를 거래할 수 있고, 실물이 없기에 발행비용도 들지 않는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은 현존 기술로는 사실상 해킹이 어렵다고 한다. 최근 뉴스를 장식하였던 일련의 가상화폐 해킹 사건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해킹 당한 것으로 가상화폐 자체가 해킹당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해킹의 위협에서 기존의 체계보다 안전할 수는 있으나, 화폐로서는 전혀 안전하지 않은 투기자산이다. 화폐의 기본적인 조건은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가치의 안정성이며, 오늘날 각국은 자국의 화폐가치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환율에 개입하고 있다. 반면, 역설적으로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가상화폐는 아무도 그 가치를 통제하지 않기에, 가치의 폭등락이 반복되고 있어 화폐로서 기능은 상실한 채 투기자산으로서 거래되고 있을 뿐이다. 법망을 피해 속칭 작전세력들이 가상화폐에 관여하면서 적극적으로 시세 조작에 관여하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고, 이로 인해 거액의 손해를 입는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럼 과연 가상화폐는 왜 투기 자산이며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필자는 물론 전 세계 석학들이 자신 있게 가상화폐가 투기 자산이며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가 전혀 생산 활동과 관계없이 오직 가치 등락에 따른 시세차익만을 얻을 목적으로 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뒤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거래실명제 발표 및 가상화폐 과세방안 마련 등 가상화폐 규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다행스럽다. 물론 정부의 경착륙성 거래소 폐쇄 발언으로 수많은 국민들이 큰 투자손해를 입었던 것은 매우 안타깝다. 그런 의미에서 다수의 국민들이 투기판에 뛰어들기 전 대응 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늦장 대처가 아쉽다. 그러나 만일 정부가 더 방치했다면, 그 결과가 어떠하였을지는 굳이 튤립과 닷컴버블을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규제만이 해법은 아니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가상화폐 시장에 개입하는 동시에, 섬세한 접근을 통해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신기술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와 사법부 또한 사후약방문식 규제보다는 성장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미래를 위한 입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청년과 국민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일확천금을 노리지 않으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자조 어린 농담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성공가능성이 낮은 투기에 몸을 맡기기에는 우리의 미래와 청춘이 너무나 아깝다. 노력과 성공이 비례하지 않고 투기가 유일한 탈출구가 되어버린 오늘날의 세태가 뼈아프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뿐 아니라 과열된 투기 열풍이 불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사심 없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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