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5일(현지시간) 유로화 강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미국이 통상정책의 도구로 달러화 절하를 추진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결정회의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몇몇 정책위원들이 미국의 달러화 정책과 관련한 발언에 우려를 표명했다"며 "단순한 환율이 아니라, 국제사회 전반에 대한 우려"라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드라기 총재가 트럼프 행정부가 통화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규칙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며 "므누신의 개입은 백악관이 '미국우선주의'의 일환으로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달러 가치를 절하할 것이란 추측을 재확인시켜줬다"고 평가했다. ABC방송은 "제로섬 게임"이라며 "경쟁적으로 환율을 절하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으로 미국에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날 드라기 총재는 "통화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약달러에 대응했으나, 이같은 발언이 상승국면을 막지는 못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그의 발언의 수위가 낮아 유로화 강세를 용인하는 듯했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므누신 vs 드라기: ECB 패배'라는 기사를 통해 "짧은 발언만으로 외환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충돌했다"며 "드라기의 1차 방어는 충분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 성장전망에 있어 통화가치 절상은 주요 위험요인"이라며 "모니터링이 필요한 불확실성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ECB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어려움이 커졌음도 시사했다. 유로화 강세가 지속되면 수출경쟁력이 낮아지고 인플레이션 하방 압력이 강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진행중인 양적완화 효과를 깎아먹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날 ECB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제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를 각각 현행 -0.40%와 0.25%로 유지하기로 했다. 1~9월 매달 300억유로 규모의 채권매입을 진행하고 필요 시 더 매입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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