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집값 잡기 해법? 술렁이는 재건축 시장…"집값 오름세 진정" vs "강남 공급량 줄면 가격 더 올라"
부동산시장에서 설(設)로만 떠돌던 '재건축 40년 연장' 카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 때문이다. 김 장관은 18일 서울 서대문구 가좌행복주택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했다.
김 장관은 "재건축은 구조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에도 사업 이익을 얻기 위해 사회적 자원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건축물의 구조적 안전성이나 내구연한 등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김 장관의 이러한 얘기를 놓고 재건축 40년 연장 쪽으로 무게추가 옮겨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9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단축한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들 아파트는 새해 들어 재건축 가능 단지로 꼽히며 집값이 크게 요동쳤다. 지난해 2월 10억원대(전용면적 136㎡)에 실거래된 올림픽훼밀리타운의 경우 올해 들어 재건축 이슈 등으로 관심을 받으며 12억8000만원까지 실거래가가 치솟았다.
해당 단지 주민과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정부 정책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압구정동 미성2차의 한 주민은 "적어도 10년 내에 재건축이 된 집에 들어가서 살고 싶었는데 10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하다"면서 "꿈이 더 멀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상계동 주공9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40년 연한 관련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큰 동요는 없다"면서 "재건축 투자이익이 당장 실현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국토부가 재건축 연한 40년을 검토하는 것은 강남 집값 급등세의 원인이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라는 판단이 담겼다. 재건축 기준 강화를 통해 새로 지을 필요성이 덜한 아파트의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 경우 자연스럽게 부동산 열기가 가라앉을 것이란 논리다.
지난해에 이어 서울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대책에도 아랑곳 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3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밀집상가에 부동산 매매 및 전월세 가격이 붙어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실제로 연한 강화가 현실화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강남 등 주요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오름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 압구정동 미성2차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 쪽에서 재건축 연한 연장에 대해 말했으니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재건축이 당분간 묶이기 때문에 (집값이)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토부의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강남은 대기 수요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특별한 시장'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강남 주택시장은 '강남' 자체의 브랜드가 선망의 대상으로 주목받으며 한정된 공급 물량을 놓고 경쟁하는 곳이다. 서초동 삼풍아파트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30년이고 40년이고 큰 신경 안 쓴다. 물건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며 "반면 수요는 '가격 불문하고 사겠다'라는 이들이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책 조급증에 빠질 경우 기대에 역행하는 결과를 보일 수 있다면서 신중한 대처를 당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재건축을 억제하면 강남의 공급 물량은 줄어들고, 이렇게 되면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면서 "정책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류정민·김유리·최동현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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