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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운 한 끼] ‘살인의 추억’ - 잡아넣을 땐 넣더라도 먹고 하자, ‘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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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의 추억' 중 취조실에서 취조 도중 짜장면을 나란히 먹는 백광호와 형사들의 모습.

영화 '살인의 추억' 중 취조실에서 취조 도중 짜장면을 나란히 먹는 백광호와 형사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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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1986년 경기도 화성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두 형사의 끈질긴 수사를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 영화 전반의 어두운 분위기에 극 중 주인공들이 뭘 먹는 장면이 나온다 한들 “나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좀처럼 안 들 것 같은 정서의 작품이지만, 역설적으로 끼니를 다루는 씬에서 만큼은 진지함도, 암울함도 사라지고 먹는 행위에만 집중하게 되는 진기한 체험을 감독은 유도해내고 있다.
살인 용의자로 지목받고 살벌하게 취조를 받는 백광호와 수사 중인 형사들은 식사 때가 되자 잠시 취조를 멈추고 TV 드라마 ‘수사반장’을 틀어놓은 뒤 배달시킨 짜장면을 흡입하듯 먹어 치운다. 어둑어둑한 취조실 분위기와 몇 대 쥐어 터진 뒤 반팔 런닝에 ‘빤스’만 입은 백광호와 형사 박두만, 조용구는 나란히 앉아 ‘수사반장’의 경쾌한 오프닝 사운드트랙에 고개를 까딱이며 짜장면을 한 젓가락 한 뒤 군만두도 집어 든다. 백광호는 사실 용의자가 아니라 목격자였으나 구태의연한 수사방식에 성과를 빨리 내고 싶은 두 형사는 ‘유죄추정’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군만두를 집어먹다 여경이 살해현장 사진을 갖고 내려오자 만두를 손에 든 그를 자연스럽게 바로 옆 책상으로 끌고 가 살벌한 취조를 재개한다. 짜장면으로 잠시간 풀어졌던 긴장은 다시 압박 수사로 서서히 서사를 조여낸다. 밥 먹는 순간만큼은 감정선을 풀어놓는 감독의 연출은 관객을 가만히 응시하며 배우의 입을 빌려 물어오는 듯하다.

“밥은 먹고 다니냐?”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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