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중동정세의 혼란을 기반으로 급속도로 성장, 전 세계를 상대로 테러까지 벌였던 속칭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이 수도라 칭했던 시리아 락까가 함락당하며 사실상 괴멸됐다. 그동안 지역민들에 대한 폭압과 무차별적 학살을 벌이던 IS가 괴멸단계에 접어들면서 향후 이라크와 시리아 내전 상황에 어떤 변수로 작용될 지 주목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은 이날 시리아 중북부 도시 락까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선언했다. 2014년 1월, IS가 락까를 점령한지 3년9개월 만에 탈환에 성공한 것이다. 이로서 IS는 최대 거점 도시였던 모술을 빼앗긴데 이어 자칭 수도였던 락까까지 함락되면서 사실상 소멸단계로 접어들었다.
이슬람 원리주의에 따라 이른바 '지하드(성전)'를 목적으로 싸웠던 기존 이슬람 무장조직들과 달리 IS는 신정일치의 '칼리프국가'를 선포한 뒤 화폐를 발행하고 조세를 부과하는 등 국가 구성을 목표로 조직을 확대해갔다. 락까를 수도로 선포한 IS는 과거 중세시대 이슬람제국의 칼리프 이상향이 실현됐다는 선전을 퍼뜨리며 세계 각지 무슬림들을 대상으로 선동전을 강화했다. 트위터, SNS, UCC 등 새로운 네트워크 채널을 통한 선전전에 전 세계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IS에 자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IS가 점령지에서 자행한 무차별 학살, 여성 성노예, 아동학대 등은 다른 이슬람 국가들은 물론 정통 이슬람 원리주의를 표방하는 알카에다 등 주요 이슬람 무장 테러조직들까지 IS에서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심지어 알카에다는 2014년 IS와 결별을 선언한 이후 IS 지도부 주요 인사들에게 수천만달러의 현상금까지 걸기도 했다. IS는 이슬람 원리주의를 표방하는 단체가 아니라 무법천지로 날뛰는 군벌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결국 IS의 발호를 막기 위해 미국은 물론 유럽, 이란, 터키, 이라크, 시리아, 쿠르드 등 중동문제와 관련해 분쟁을 벌이던 모든 당사자들이 연합해 IS에 대한 대반격을 시작하게 됐다. 2015년 하반기 미국 주도로 국제동맹군이 본격적인 IS 격퇴전을 전개하면서 IS는 서서히 기반을 잃기 시작했다. 올해 7월에는 최대 거점도시 중 하나이자 유전지대로 IS의 경제적 기반노릇을 했던 이라크 모술을 잃고 결정타를 입은다. 이어 수도인 락까까지 상실함에 따라 군벌로서의 기반은 사실상 붕괴했다.
남은 IS 수뇌부는 최후 근거지로 알려진 유프라테스 중류 계곡 일대 알부카말과 알카임 등으로 후퇴했으며 향후 소규모 게릴라전을 구사할 것으로 보이지만 재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중동 및 동남아시아 전역에 퍼진 잔당 세력들이 문제다.
아프가니스탄, 이집트, 리비아, 튀니지, 알제리 등 지부 조직이 남아있고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필리핀에도 IS 연대 조직도 남아있다. IS 토벌이 사실상 종료됨에 따라 이라크와 쿠르드의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등 새로운 중동 내전이 시작됐다는 점도 IS를 완전히 뿌리뽑는데 장애물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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